세계 경제에 다시 고물가·고금리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95달러대로 뛰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한때 4.81%를 넘어 3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금리를 밀어올리는 악순환이다. 주식·채권·외환시장에도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는 남의 일이 아니다. 원유와 가스를 대부분 수입하는 경제에서 고유가는 곧 생산비와 운송비, 생활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8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3.1% 올랐고 근원물가도 3.4%에 달했다. 유가가 더 오르고 원화까지 약해지면 물가 부담은 한층 커질 수 있다. 수입물가 상승은 제조업 원가를 밀어올리고, 환율 불안은 외국인 자금 흐름과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키울 수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가계대출 이자 부담도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0%로 만든 것도 이런 물가와 금융불안 위험을 의식해서다. 두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이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0조 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미래산업 투자는 필요하고, 저출생과 지역소멸 대응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돈줄을 죄는데 재정은 큰 폭으로 풀겠다고 하면 정책 방향이 엇갈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재정 확대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인프라와 기술개발 투자는 오히려 필요하다. 문제는 소비성·현금성 지출까지 한꺼번에 늘려 총수요를 자극하면 물가안정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과 통화정책은 따로 노는 두 개의 경제정책이 아니다. 특히 고유가와 고금리가 겹칠 때는 재정 지출에서 우선순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세계 경제는 지금 유가, 금리, 지정학 불안이라는 세 악재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한국은 여기에 높은 가계부채와 취약한 내수라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정부와 한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팽창재정은 생산적 투자에 집중하고 불요불급한 지출은 과감히 줄여야 한다. 고물가·고금리 충격이 다시 밀려오기 전에 정책 방향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