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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아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예상보다 훨씬 구조적이다.
재정이 먼저 흔들리고 있다. 올해 통합돌봄 예산은 914억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 사업비는 620억원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이미 3~4개월 안에 재정이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4월 27일 열린 ‘2027년 통합돌봄 재정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내년도 필요 예산 추계가 6447억원으로 제시됐다. 올해 예산의 일곱 배다. 법은 시행됐지만 법을 실행할 돈이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 간 격차도 빠르게 가시화하고 있다. 서울 일부 자치구는 통합돌봄 지원창구를 설치하고 다학제 방문의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정이 취약한 지방 중소 도시에서는 담당자 한 명이 여러 업무를 겸직하며 형식적 운영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살던 곳에서 계속 살라’는 정책의 실질이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이미 갈리고 있다. 이것이 지금 통합돌봄의 가장 불편한 현실이다.
이 문제는 예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3월 칼럼에서도 썼지만 통합돌봄의 성패는 결국 지역 거버넌스다. 병원과 재가서비스 기관, 주거 부서와 복지 부서가 한 사람의 삶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 그것이 작동하려면 제도보다 먼저 사람과 신뢰가 쌓여야 한다. 법령으로 지시할 수 없는 영역이 거기에 있다.
지금 현장에서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전담 인력의 실질적 확충이다.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에 앞서 전국에 전담 인력 5394명을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숫자만 보면 준비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은 다르다. 전문가들이 추계한 필요 인력은 1만여 명. 배치 인원은 그 절반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고용 구조다. 상시적 사례관리를 요구하는 제도인데 전담 인력의 상당수는 한시적 인건비 지원에 묶인 불안정 고용이다. “서비스 제공을 확약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 “홍보가 겁나서 못 하고 있다”는 일선 담당자들의 호소는 수치가 아닌 말로 현장의 혼란을 보여준다. 중앙정부가 법을 만들고 지자체에 실행을 넘기는 구조에서 안정적인 정원 확대와 직접 고용 없이는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둘째, 신청에서 연계까지의 속도 문제다. 법 시행 2주 만에 약 9000명이 신청했다. 시범사업 기간 대비 4.6배 급증한 수치다. 수요는 폭발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실제 서비스 연계가 확정된 인원은 643명, 전체 신청자의 7%에 불과하다. 방문 조사, 욕구 사정, 지원 계획 수립이라는 행정 절차를 거치는 데 평균 1~2개월이 걸린다.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신청하고 두 달을 기다린다. 지자체별로 실제 활용 가능한 사업비가 평균 2억 7000만원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연계 속도를 더디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다. 통합돌봄이 복지 선진 지자체의 특권이 되어선 안 된다는 말은 그래서 구호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현실 문제다.
셋째, 돌봄 인력을 제대로 키우고 전문직으로 대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통합돌봄에서 개인별 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서비스를 연계하는 역할은 지자체 담당자가 맡고 있다. 그러나 끊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의료·복지·요양을 아우르는 전문 자격을 갖춘 케어매니저 체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를 전담하는 단일 자격·단일 직역이 없다. 사회복지사, 간호사, 공무원 등 여러 직역이 케어매니저 역할을 부분적으로 나눠 맡고 있을 뿐이다. 현장에서 노인을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노인생활지원사의 경험과 정보가 통합지원회의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이 반복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비스 계획이 현실과 괴리되는 이유다. 사회복지사의 경력 인정 시스템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를 키우지 않은 채 전문적인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다. 돌봄 노동을 전문성과 경력 경로가 보장되는 직업으로 재정의하는 것 그리고 그에 걸맞은 교육과 자격 체계를 먼저 갖추는 것. 그것이 통합돌봄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다.
50일이 지났다. 법은 바뀌었지만 대부분의 동네는 아직 그대로다. 그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실패의 선고는 아니다. 출발선에서 보이는 구멍을 지금 메우지 않으면 나중에는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경고다.
노인이 집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법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법을 현실로 만드는 예산과 사람과 동네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가능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법의 선언이 아니라 그 선언을 현실로 당기는 집요한 실행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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