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수입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 지수는 169.38로 2월에 비해 16.1% 올랐다. 상승률은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1월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의 여파가 물가를 본격적으로 흔들 조짐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와 성장이 상충하면 물가에 무게를 두겠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의 말마따나 물가안정은 ‘안정적인 성장의 기반’이 된다. 정부와 한은이 물가안정에 빈틈없는 공조를 펴기 바란다.
물가불안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달 하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주요 20개국(G20)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1.2%포인트 높은 4%로 올려잡았다. 한국에 대해선 1.8%에서 2.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달 중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5%로 변경했다. 기름값이 뛰면 시차를 두고 에너지, 운송·물류에 이어 공산품·외식서비스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2.2% 오르는 데 그쳤으나 4월부터는 뜀박질한 물가가 피부에 와닿을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는 중동전쟁이 가장 큰 원인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에너지 공급망이 타격을 받았다. 문제는 설사 해협이 열린다 해도 공급망이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9일 “최상의 시나리오 아래서도 예전 상태로 완벽하게 복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자이 방가 세계은행(WB) 총재도 미·이란 휴전이 유지된다 해도 세계경제가 연쇄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7회 연속 동결했다. 4월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 무게 중심이 금리 인상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통상 한은은 물가, 정부는 성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두 가치가 반드시 충돌할 이유는 없다. 한은은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정부는 성장을 관리하면 된다. 정부와 한은이 합리적인 정책조합으로 곧 들이닥칠 고물가 난국을 헤쳐나가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