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환경부와 공동으로 ‘기업환경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기업환경정책협의회는 환경정책 방향과 업계 현안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1998년 이후 매년 열리고 있다. 이날 협의회에는 공동위원장인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유제철 환경부 차관을 비롯해. 박현 포스코 전무, 윤석현 현대자동차 전무, 김평길 에쓰오일 전무 등이 참석했다.
우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에서 “국제 에너지 위기와 그린 인플레이션, 보호무역 강화 등 기업의 경영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탄소중립을 이행할 수 있도록 규제개선과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전 세계 경제질서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환경이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산업계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혁신과 지원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환경정책과 관련해 기업들의 건의가 쏟아졌다. CO2 포집기술 도입이나 공정 부산물 재활용 등 친환경경영을 시도하려 해도 여러 규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제조업체 A사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CO2 포집기술을 적용하면 CO2제거로 배출가스 양이 줄지만, CO2 이외 대기오염물질인 NOx(질소산화물), SOx(황산화물)의 배출양은 그대로여서 농도 비율이 증가하게 된다”며 “CO2포집기술 적용시 별도의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조업체 B사는 “공정 부산물을 재활용하려 해도 지정폐기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순환자원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지정폐기물도 재활용 가치가 높고, 사업장 간 활용처가 정해진 경우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되는 방법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정폐기물이란 사업장폐기물 중 폐유, 폐합성수지와 같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거나 중금속 등 유해물질을 포함한 폐기물이다.
제조업체 C사는 “동일 사업장이 플라스틱 제조업과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는데, 플라스틱 제조업이 통합환경관리법 인허가 대상업종이 되면서 통합환경관리인을 추가로 선임하게 됐다”면서 “기존의 환경기술인에 더해서 통합환경관리인을 각각 선임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니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환경부는 기업인들의 요청을 수용하거나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CO2 포집기술 관련 별도의 배출허용기준에 관해선 사업장과 공정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공정 부산물 재활용 문제도, 해당 부산물이 공정에서 원재료로 직접 사용될 경우 화학물질 관련법을 적용받도록 해 폐기물 규제에서 제외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C사의 건의도 받아들여 통합환경관리인이 환경기술인을 겸임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환경부는‘환경규제 혁신방안’과 ‘온실가스 감축 촉진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을 소개하면서 “개선된 규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관리하고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도 산업계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기업환경정책협의회에서 환경부에 건의한 환경규제(105건) 수용률은 61%(64건)로 작년보다 19% 증가했다. △대기총량제 유연성 제도(추가할당, 차입 등) 도입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원료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기준 마련 및 열분해유 제조규격 현실화 △포집된 CO2의 재활용 허용범위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올해 환경부와의 소통으로 많은 건의과제가 수용됐다”며 “환경규제 핫라인인 기업환경정책협의회를 통해 앞으로도 기업현장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