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병환에 활동 힘들어..가족들이 결정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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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오랜 병환으로 더이상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한 가족들이 IOC위원직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IOC집행위는 최근 일부 IOC위원의 정년 도래에 따른 임기 만료와 함께 신임 위원의 재선출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이 이 회장 몫의 IOC위원직도 재선출해 달라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IOC는 이 회장의 사퇴 소식을 전하면서 루이스 메히아 오비에도 도미니카공화국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칼리드 무함마드 알 주바이르 오만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집행위에서 추천한 9명의 새로운 IOC 위원 후보를 공개했다. 그간 집행위원회를 통과한 새 IOC 위원 후보들이 총회 투표에서 낙마한 사례가 거의 없는 점을 미뤄볼 때 이들의 선출은 확정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 상태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사퇴한 것을 두고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등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막대한 국가적 손실’..후임자도 마땅치 않아
이 회장의 사퇴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외교력은 급격한 위상 저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IOC 위원 사퇴에 대해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한국의 국제 스포츠 기여 정도를 감안해 한국 위원 숫자를 3명으로 늘리는 게 어떤가”라고 말했을 만큼, IOC 위원의 위상과 영향력은 막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1996년 7월 위원에 선출된 이후 20년 이상 글로벌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2011년 남아공 더반 IOC 총회 참석까지 1년반 동안 무려 11차례에 걸쳐 170일간 출장 일정을 소화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글로벌기업 총수로서 각국 정상급 혹은 왕족 출신의 IOC 위원들과 꾸준히 관계를 구축한 것이 평창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유승민 선수위원이 남아있지만, IOC 내에서도 거물급 인사로 활동했던 이 회장의 사퇴는 우리나라의 스포츠 외교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이른바 ‘동북아 올림픽 시대’에 스포츠를 활용한 3국 협력 강화의 기회도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때 유력한 IOC 위원 후보로 거론됐던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도 현 상황을 감안했을 때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스포츠 외교를 담당할 후임이 마땅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IOC 위원 사임은 오랜 투병으로 더이상 활동이 불가능한데다 장남의 수감 등을 감안해 가족이 내린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면서 “이유야 어떻든 이로 인해 스포츠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큰 과제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