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유럽 최대 엔지니어링업체인 독일 지멘스가 미국 종합 에너지 생산장비업체인 드레서-랜드(Dresser-Rand)그룹을 76억달러(약 7조9100억원)에 인수한다. 미국내 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셰일가스분야로부터의 수익을 높이려는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멘스는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은 인수합병(M&A) 내용을 보도하자 곧바로 공식 성명을 통해 인수 합의 사실을 인정했다. 지멘스는 주당 83달러씩에 드레서-랜드 지분을 총 76억달러에 전액 인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드레서-랜드는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한 뒤 여러 업체들과 회사 매각을 논의해왔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럽 동종업계에서 지멘스의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스위스 슐처가 주식 교환 등을 통해 드레서-랜드를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했지만, 지멘스는 이번에 인수 조건을 높여 드레서-랜드측의 마음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슐처는 지멘스 CEO였던 페테르 뢰셔를 이사회 회장으로 스카웃해갔고, 지멘스는 지난 2013년 8월 조 카이저 CEO를 지명했다. 이번 M&A는 카이저 CEO 취임 이후 최대 규모다. 앞서 지난 1월 롤스로이스홀딩스의 에너지사업을 13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도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연가스 장비사업 확대를 원하고 있는 지멘스는 앞선 6월에도 프랑스 알스톰사의 가스터빈 사업을 인수하려고 했지만, GE에 밀려 실패한 바 있다.
지난해 지멘스는 총 760억유로(97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드레서-랜드의 매출액은 3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카이저 지멘스 CEO는 이번 인수를 통해 미국 에너지시장에 손쉽게 진출함으로써 미국내 셰일가스 붐으로부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지멘스는 가스 터빈과 천연가스 추출용 장비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드레서-랜드는 콤프레셔와 터빈, 그외 다른 로테이팅 장비를 생산하고 있어 지멘스는 천연가스 생산과 관련된 장비사업을 더 확대하고 미국 셰일가스 생산에 주로 사용되는 수압식(프래킹) 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