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네릭(복제약) 전문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을 눈독 들이고 있다. 이미 국내 제네릭 시장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어 시장성은 높지 않지만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제네릭 업체인 이스라엘 테바사가 국내제약사의 인수를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의 제네릭 전문기업 알보젠은 근화제약(002250)을 인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다국적 제네릭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을 경계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에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제네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신약과 개량신약 등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보유하지 못한 국내업체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동시에 앞다퉈 제네릭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얀센의 소염진통제 ‘울트라셋’은 91개의 제네릭이 등재된 상태다. 사노피아벤티스의 당뇨약 ‘아마릴2mg’의 제네릭은 84개. 시장성이 높은 제품의 경우 50개 이상의 제네릭이 등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식약청 승인을 받고 허가를 준비중인 제네릭은 108개에 달한다.
영업력에 따라 제네릭의 성패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제네릭사업부인 한국산도스를 통해 지난 2006년부터 제네릭 30여개를 출시했지만 아직 두각을 나타내는 제품은 없는 실정이다.
국내 시장에 진입하려면 별도의 허가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해외 제네릭 업체의 고민거리다. 상당수 제네릭 시장을 국내업체가 선점한 상황에서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해 임상(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포함한 1년 정도가 소요되는 허가절차를 거치는 것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테바를 비롯한 제네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은 오래 전부터 들려왔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수년 전 한 다국적 제네릭 업체는 자사 제품을 국내 임상을 거치지 않아도 허가를 받게 해달라고 보건당국에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국적제약사가 국내업체 인수를 통해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매력은 있다. 우수시설을 보유한 국내업체에 제네릭 생산을 맡기고 주변국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올해 국내 제네릭 시장 진출을 선언한 화이자는 LG생명과학(068870)으로부터 공급받은 제네릭을 중동, 태국 등에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근화제약을 인수한 알보젠 측도 “한국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의 제네릭이라도 수십개의 국내 제품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면서 “외국 제네릭 업체들이 국내 업체 인수를 통해 주변국의 진출을 노리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