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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고 있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베이징에선 반값 아파트까지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 그리고 중국의 성장을 떠받쳐 온 부동산 개발. 중국 부동산에 몰아닥친 한파는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위기의 중국 부동산 시장`을 3편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상하이=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중국 부동산 시장에는 이른바 `콩서우 타오바이랑(空手套白狼)`이란 말이 유행했다. `맨 손으로 하얀 늑대(진귀한 동물)을 잡는다`는 뜻이다. 이는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미등록 중개업소를 차리거나 유명 개발업체 이름을 무단으로 활용, 유령회사를 세운뒤 돈을 끌어모으는 부동산 투기꾼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불법 떴다방`으로 불리는 이들의 행태다.
중국판 `떴다방`은 작년까지만 해도 유망 부동산 분양지역을 떠돌며 다른 사람의 명의나 돈으로 아파트를 미리 분양받아 이익을 챙겼다. 몇년째 이어진 집값 상승 덕에 미리 사두기만 하면 돈이 되던 시기였다. 최근 들어 이런 업자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 시장 냉각과 함께 전매로 남길 이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상하이 창닝(長寧)구의 한 중개업자는 "이런 시장에서 먹을 건 하나도 없다. 불법 업자들은 모두 굶어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떴다방이 사라지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피해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멀쩡한 회사인줄 알고 이들을 통해 아파트를 사거나 명의를 빌려준 이들이 하루아침에 돈을 날린 것이다. 중개업소에서 만난 자영업자 천둥(陳東) 씨는 "개발업체에 계약금 5만위안을 줬는데 지난 주 갑자기 연락이 안돼 알아보니 가짜 명의를 쓴 업자였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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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불법 떴다방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하반기 들어 부동산 시장 침체가 현실화되면서 탄탄했던 개발업체나 정상적인 부동산 중개 네트워크들도 잇달아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저장(浙江)성의 부자도시 항저우(杭州)에 기반한 뤼청(綠城)그룹이다. 현지 중상류 층에게 높은 품질의 고급 아파트 건설로 널리 알려진 이 기업은 이달 초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부터 퍼진 부도설로 실제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이 회사는 부도설이 퍼진뒤 부채비율, 아파트 분양률 등 그동안 밝히지 않던 기업정보들 공개하며 불길 잡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투자자들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이 기업의 주가는 지난 8월 7홍콩달러에서 현재 4홍콩달러로 급락했다.
중개업소들도 문을 닫고 있다. 2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인 창닝구 중산공위(中山公屋) 상가에는 종전 20여 곳의 중개업소가 성업중이었지만 최근 5곳이 문을 닫았다. 상하이 인근 쿤산(昆山)에서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W건설 관계자는 "기존주택 거래가 끊기면서 일부 중개업체들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건설사들의 분양 대행업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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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나빠지고 있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은 이제 갓 초겨울에 접어든 것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 70개 도시 가운데 34곳의 신규주택 가격이 전월보다 하락했다. 로이터가 가중평균 집계한 결과로는 지난달 70개도시 평균 신규주택 가격은 전달에 비해 0.2%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신규주택 가격이 전월에 비해 하락한 것은 작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중국부동산지수시스템은 9월 전국 100대 도시의 집값이 1㎡당 평균 8877위안(163만원)으로 전달보다 0.03% 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구매제한령, 부동산세 도입 등 작년부터 본격화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긴축 조치로 앞으로 본격적인 집값 하락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있다.
당장 수요도 받쳐주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인민은행의 설문 조사결과 3개월 안에 집을 사겠다는 응답자는 14%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조사대상의 74%는 "여전히 집값이 비싸 감당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내년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부동산 안정 의지도 확고하다. 지난 4월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CBRC)는 중국 은행들에게 `집값이 50% 하락했을 때`와 `주택 거래량이 30% 하락했을 경우`를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게 했다. 이에 대한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이 정도의 시장 충격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