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장관은 또 최근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전면 무상급식과 같은 공약에 대해 "포퓰리즘은 재정건전화 과정에서 가장 경계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양도세 감면 수도권 확대 가능성에 대해 "미분양 문제의 핵심은 지방이며, 수도권으로 확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출구전략과 관련해 "경제상황에 맞춰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출구전략 시기를 정하는데 있어 ▲경기 및 고용의 회복여부 ▲물가 및 자산시장의 상황 ▲금융시스템의 안정화 정도 ▲국제 공조의 필요성 등 4가지 고려요소를 제시했다.
김중수 신임 한은총재에 대해 그는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베스트 인사"라며, "한은과의 건설적인 협력 관계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다음은 윤 장관과의 일문 일답 [대담: 안근모 경제부장, 정리: 윤진섭 기자]
- 정치권을 중심으로 무상급식 등 각종 요구가 많다. 정부로선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 그리스 등 남유럽에서 발생한 재정 문제는 장기간의 포퓰리즘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한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경제주체들이 혜택을 누리고 그에 따르는 부담이나 책임은 회피할 있다고 생각해온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정부가 표만 의식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커진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 우리도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는 정책에 대해 바짝 신경 쓰고 있다. 정치권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 돈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단계적, 순차적으로 무상급식 비율을 늘린다면 반대하지 않는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전면 무상급식 못하고 있다. 이는 무상급식을 할 경우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이 커지고, 이를 피해서 실시하면 다른 예산에서 돈을 빼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면 무상급식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덴마크 등 조세부담률이 높은 일부 국가다. 우리가 이들처럼 하려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데 국민들이 과연 동의할 것인가? 포퓰리즘 정책이 재정건전성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가장 경계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당장 발등의 불(경제위기)을 끄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면서 일시적으로 나라 빚이 늘어났다. 나라 빚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유념하고 있다. 다만 나라 빚이 많다고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양호하다는 점도 눈여겨봐줬으면 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6% 수준이다. G20 국가들이 평균 82%와 비교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국가 채무가 양호하다고 여기에 안주해선 절대 안 된다. 저출산, 고령화 등 미래에 돈 들어갈 게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정건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미 시작됐다.
작년에는 재정적자가 GDP 대비 5%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7%로 크게 줄어든다. 정부 지출을 그만큼 줄인다는 뜻으로 재정 측면에서의 출구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다. 금융정책을 통해 시장에 공급한 유동성도 거둬들일 것이다.
세입은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기조 아래 세입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세출은 가능한 아끼자 라는 생각으로 허리띠를 졸라 메고 있다.
- 공기업 부채가 단기에 많이 늘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은데
▲ 공기업 부채가 마치 국가 부채로 비춰지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공기업도 엄연한 회사인데, 독립적인 경영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를 국가 부채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만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될 경우 결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는 차원에서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고, 관리도 철저히 할 것이다. 올해 공기업별로 중장기 투자계획 및 재무 전망을 종합 점검하고, 구체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비과세 감면제도 개편이 필요하지만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 올해에는 어떻게 손질할 것인가
▲ 감면 제도를 없앨 경우 기득권층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경제위기 이후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비과세 감면제도 개편도 중요하다.
일단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을 줄이고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종료하는 등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줄여갈 것이다. 자영업자 등 현금 수입 업종에 대한 세원을 정확히 파악해 세수도 늘리겠다.
또 복지 누수·중복 지원은 줄이고 추가경정예산과 수정예산에서 늘어난 한시 예산은 지원효과, 집행실적 등을 고려해 종료 시기를 결정할 것이다. 투자 우선 순위도 전면 재조정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고용이다. 일자리 창출에 저해되는 비과세·감면제도를 전반적으로 정비해 고용 친화적인 세제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 지방 미분양 양도세 감면을 한시적으로 연장했다. 일부에선 선거가 임박해지면 수도권으로 확대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는데
▲ (미분양 양도세 감면의 수도권 확대와 같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지방 미분양 문제로 건설사들이 어렵고,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에 고심 끝에 내린 예외적인 결정이다.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분양가 인하에 따라 양도세 감면을 차등화 할 정도다.
현재 미분양 문제의 핵심은 지방이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아니다. 미분양 현황만 살펴봐도 수도권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거의 없다. 자칫 수도권까지 제도를 확대하면 미분양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아파트가 다시 쌓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집값·물가·전셋값이 올라 가계 부담이 크다. 출구 전략 등 좀 더 강한 안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지
▲ 집값, 물가, 전셋값 모두 정책 당국으로선 유심히 살펴봐야 하고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서민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세가격이 이사 수요 등으로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지금은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집값이나 물가도 한 때 불안했지만 최근에는 안정세다.
(집값, 전셋값,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부동산 및 물가 안정기조가 자칫 흔들리면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출구전략 특히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그걸 어떻게 단정해서 말할 수 있겠나
일단 국내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상황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국제 공조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물가와 자산시장 상황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여하튼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선임됐다. 한국은행과의 정책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한국은행과의 관계 정립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 우선 김중수 신임 한은 총재는 경제에 대한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베스트 인사다. 그간 정부와 한은이 삐걱거린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 그 어려운 시기에 한은총재와는 이야기도 많이 했고, 정책 공조도 무난히 이뤄냈다고 본다.
다만 과거처럼 양 기관의 수장이 은밀하게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모습은 이제 정리해야 할 때라고 본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자칫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다.
그만큼 공개적인 정책 공조 체제가 이뤄져야 하고, 이 같은 차원에서 차관을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게 한 것이다. 정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토론하면서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됐다는 점은 의미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정부와 한은이 협조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의 화두는 역시 일자리 창출이다. 고용을 늘리기 위한 추가 대책을 고려하고 있나
▲ 정부나 민간 모두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어려운 문제다.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공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체도 한계가 있다. 공기업들이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에 정부가 제동을 건 것도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파장 때문이다.
고용은 본질적으로 민간이 창출해야 한다. 정부는 민간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세제, 재정 등 전방위에 걸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를 중점 추진하고, 산업수요에 적합한 인력양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서비스업 선진화 등 수년동안 노력해 온 정책의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이 과정에서 부처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 등의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 오래 유지되던 기존 시스템을 개편하다 보니 엄청난 갈등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부처와의 협의도 있어야 하고 사회적 합의도 뒤따라야 한다. 공개적 투명하게 일을 하다 보니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의 어려움이 크다고 그동안 해왔던 시스템을 깨고, 새로운 시스템(경제부총리 부활)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조율과 타협을 이끌어 내는 게 장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외국자본 유출입을 통제할 것인지, 한다면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각국 정부의 고민이 크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어떤지
▲ 우리가 외환위기 극복의 한 배경에는 개방 및 자본 자유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개방기조 후퇴, 자본. 외환 통제 등은 그간의 성과를 되돌리고 대외신인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금융불안 등으로 외국자본 유출입이 급격하게 일어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은 갖출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는 외국자본의 유출입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장기적·안정적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자본 유출입에 대한 통제는 G20, FSB(금융안정위원회) 등 국제적 논의 동향에 맞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통령은 추경예산 편성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있나
▲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추경을 다시 하면 재정 건전성이 더 나빠진다. 추경을 하지 않아도 당초 예상대로 5% 내외의 성장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소비, 투자 등 내수는 2009년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다소 둔화되겠지만 전반적인 개선세가 유지되고 있다.
물론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것은 맞다. 경제여건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 오는 11월 G20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이것만은 꼭 성취해야겠다고 할 만한 목표가 있다면
▲ 올해 G20 정상회의의 최우선 과제는 위기를 잘 마무리하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각 국이 질서있는 출구전략을 펴도록 국제공조를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해 위기 이후 관리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G7 국가가 아닌 나라 중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은 신흥국과 개도국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라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위기시 개도국의 자본이동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최빈개도국의 성장 지원 등 개발격차 해소 방안을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로 채택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