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 번
발단은 2004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97년 PiFan 출범부터 산파 역할을 했던 김홍준 당시 집행위원장을 부천시(시장 홍건표)가 특별한 이유 없이 중도 해촉하면서, 이에 반발한 영화인들이 부천영화제를 보이콧했다. 지난해에는 아예 김 전 위원장 중심으로 창설한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와 PiFan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서울과 부천에서 따로 개막식을 여는 해프닝을 겪었다. PiFan의 새 구원투수로 등판한 집행위원장 이장호 감독은 거듭 고개를 숙이며 영화인과 시민에게 사과했고, 영화인회의·독립영화협회·영화제작가협회 등 3개 단체는 지난달 30일 공동 성명을 통해 “PiFan이 관객과 시민들의 축제인 만큼 (영화인들의) 참가 여부는 개인 판단에 맡긴다. 향후 행보를 관찰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 ‘삼거리 극장’에서 ‘이사벨라’와 춤을
한상준 수석 프로그래머는 올 1월부터 해외 유명 영화제를 빠짐없이 순례했고, 총 8개 섹션으로 나눠 상영할 251편을 골라냈다.
개막작은 전계수 감독의 데뷔작 ‘삼거리 극장’. 밤만 되면 유령으로 변해 환상적인 춤과 노래의 향연을 선보이는 시골극장 사람들을 그린 판타지로, 한국영화로선 이례적인 뮤지컬 형식이다. 이번 PiFan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 폐막작인 홍콩 팡호청 감독의 ‘이사벨라’는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영화음악상을 받은 매혹적인 드라마.
한 수석 프로그래머는 개·폐막작 외에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5편의 추천작을 조선일보 독자들에게 제안했다.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그리즐리 맨(2005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수상한 다큐멘터리로 헤어초크의 최대 흥행작) ▲소노 시온 감독의 ‘노리코의 식탁’(일본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심리 스릴러)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스튜어트 고든, 미이케 다카시 감독 등 전세계 호러 거장 13인이 각각 1시간 분량으로 연출한 13편) ▲이시이 데루오 감독의 ‘공포기형인간’(신체 훼손 장면과 욕설 논란으로 일본에서도 DVD발매에 실패한 엽기 호러) ▲자크 타티의 ‘나의 아저씨’(1982년 세상을 떠난 코미디 거장의 걸작)이다.
▲ 금지구역 섹션에서 상영되는‘디스트릭티드(제한 해제)’. 포르노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7편의 옴니버스다. 사진은 그중 마리나 아브라모빅 감독의‘발칸 에로틱 서사시’ | |
★ ‘외팔이 왕우’ 혹은 ‘킹콩’과의 데이트
PiFan이 “영화제 중 동급 최강”을 자신하는 것 중 하나는 특별전. 올해는 무려 9개의 특별전이 준비됐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고 신상옥 감독을 회고하는 ‘판타스틱 신상옥’, 이소룡 이전 최고의 홍콩영화 스타였던 ‘왕우 특별전’, 60~70년대 일본 컬트 영화의 왕으로 불린 ‘이시이 데루오 특별전’, 고전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는 ‘은막의 천사 오드리 헵번’ 등이다. 왕우는 개막 전날 방한해 6일간 머무를 예정이며, 이 외에도 100여명의 감독·배우들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다. 리처드 테일러의 특별 워크숍도 눈길을 끈다. ‘반지의 제왕’ ‘킹콩’ ‘나니아 연대기’ 등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웨타 스튜디오’ 대표로 아카데미에서 다섯 개의 트로피를 거머쥔 테일러가 방한해 제작기술 전시회와 함께 세미나를 개최한다. ‘삼일야화: 울어봐!놀아봐!죽어봐!’를 주제로 열리는 콘서트 ‘씨네락 나이트’ 등 영화제의 밤을 뜨겁게 해 줄 각종 공연들도 곳곳에 마련됐다. www.PiFan.com (032)345-6313(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