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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높아진 기업들…커스터디업계 '기관급 서비스'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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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 기자I 2026.09.08 0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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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저리' 비트플래닛, DSRV로 수탁사 전격 교체
회계·감사까지…법인 코인 수탁사 선정 기준 높아져
수탁사도 보험한도 확대…KODA 4000만달러까지
신한, KDAC 추가 투자 검토…인피닛블록도 투자 유치

[이데일리 정윤영 서민지 기자]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를 앞두고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수탁) 시장도 변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자산 보관을 넘어 회계·외부감사와 내부통제, 보험 등 법인 고객이 요구하는 관리 체계를 갖췄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국내 디지털 자산 트래저리 전략(DAS, Digital Asset Treasury Strategy) 상장사인 비트플래닛(049470)은 최근 이 같은 역량을 고려해 보유 비트코인의 수탁기관을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DSRV로 교체했다.

(사진=비트플래닛)
(사진=비트플래닛)
8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비트플래닛은 지난 2일 DSRV와 비트코인 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커스터디사에 맡겨둔 비트코인 300개를 DSRV로 순차 이전하고, 앞으로 추가 매입하거나 직접 채굴한 물량도 DSRV에 맡길 계획이다.

비트플래닛이 수탁처를 교체하면서 중점적으로 고려한 것은 상장사에 요구되는 회계·감사와 내부통제 대응 역량이다. 비트코인을 재무자산으로 장기간 보유하는 만큼 안전한 보관뿐 아니라 실제 보유 여부와 거래 내역 등을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트코인 300개를 보유하고 있는 비트플래닛은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 채굴 사업도 직접 추진하고 있다. 보유 자산이 늘어날수록 외부감사 과정에서 재무제표에 반영된 디지털자산의 실재 여부와 소유권, 거래 내역 등을 입증할 수 있는 관리 체계의 중요성도 커진다.

법인 가상자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비트플래닛처럼 회계·감사와 내부통제, 자산 보호 수준 등을 따져 커스터디사를 고르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장사와 금융회사의 경우 수탁사의 보안 역량은 물론 자산 검증 체계와 사고 발생 시 보상 능력 등도 주요 선정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커스터디 업계도 이에 맞춰 자산 보호 수준을 높이고 있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은 최근 KB손해보험과 최대 4000만달러(약 600억원) 규모의 디지털자산 전용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2000만달러였던 보장 한도를 두 배로 늘렸다. 고객이 맡긴 디지털자산이 훼손되거나 분실·도난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커스터디 사업자가 갖춰야 하는 보험·준비금의 최저 보상 한도가 5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KODA의 보장 규모는 법정 기준을 100배 이상 웃돈다. 법정 의무 수준을 넘어 대규모 기관 자산 수탁에 대비해 보장 수준을 높인 셈이다.

DSRV도 지난 7월 삼성화재와 최대 2000만달러 규모의 디지털자산 전용 보험 계약을 맺었다. 화재·지진·수해 등 재해나 외부 침입으로 수탁 자산의 개인키를 잃는 경우 등이 보장 대상이다. 이와 함께 수탁 기록과 온체인 데이터를 외부 감사인이 검증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와 절차도 지원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1단계로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에 매도 목적의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한 뒤, 2단계에서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재무 목적 매매를 허용하고 이후 일반 법인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당초 지난해 시행을 목표로 했던 2단계 개방은 현재까지 미뤄진 상태다.

개방이 지연되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은 커스터디사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법인·기관 대상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사 인피닛블록도 최근 Sh수협은행과 iM뱅크, 통신장비업체 HFR을 대상으로 프리A 투자 유치를 마쳤다. Sh수협은행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하고 기존 주주인 iM뱅크가 추가 출자하면서 두 은행은 각각 약 15%를 보유한 공동 2대 주주가 됐다.

기관 대상 커스터디 사업을 본격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비트고코리아는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를 마치고 국내 커스터디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비트고코리아는 미국 기관용 디지털자산 수탁·인프라 기업 비트고(BitGo)가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과 함께 설립한 국내 법인으로, 하나금융이 약 25%를 투자했다. 금융기관과 자산운용사, 기업,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수탁 서비스를 우선 제공한 뒤 지갑 솔루션과 자산 이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재무자산으로 보유하기 시작하면 단순히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자산의 실재 여부와 이동 내역을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하고, 회계·감사와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까지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커스터디사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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