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전현직 판사들에게 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평가다. 대법원장에 대한 그들의 평가가 3000명이 넘는 현직 판사들의 공통된 생각은 아니겠지만 마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관행과 규정 사이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의 차기 대법관 후보 2명의 서면제청이 법조계와 정치권의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후임 대법관으로 임명해달라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제청의사를 밝혔던 관행에서 벗어났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사퇴요구, 탄핵, 법원행정처 해체, 대법관 추천위원회 개편 등 사법부 전체를 흔들 만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이번 제청이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헌법에도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면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청 형식에 대한 별도의 내용은 없다. 더욱이 헌법상 제청권을 대법원장에 부여한 것은 사법부 인사를 행정부의 뜻에 종속시키지 않는다는 일종의 권력분립 장치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대화를 통해 차기 대법관 후보를 정하고 제청한 관행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헌법기관끼리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상대의 헌법적 권한을 존중하면서 인사 절차를 완성하기 위한 일종의 지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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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법원장의 이번 결정이 아쉬운 이유는 사법부의 독립과 헌법 규정만을 앞세우면서 원활한 국가 기능의 작동은 외면했다는 점이다.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눈 3권분립은 단순하게 각자의 권한을 침범하지 말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법원은 국가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협조하면서 상대의 권한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게 진정한 3권분립의 의미다.
제청권이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임명권자인 대통령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설득, 협의를 거쳐야 국가기관 간의 협조가 이뤄질 수 있다.
전현직 판사들조차 ‘판사 조희대’와 ‘대법원장 조희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판사 조희대에 관해서는 법관으로서의 전문성과 도덕성 등 존경하고 배울만한 점이 많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대법원장 조희대에 관해서는 달라진다. 사법부의 수장은 사법행정 전체의 신뢰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는 과정에서 기존 관행과 다르게 제청하게 된 이유를 다른 헌법기관인 국회와 정부를 설득했어야 했다.
이런 측면에서 조 대법원장의 이번 제청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의 행동이 오히려 국회의 동의를 어렵게 만드는 자충수가 되지는 않을 지 걱정이다. 판결만 잘 하는 사법부가 아닌 판결도 잘 하는 사법부를 이끌 최종 책임은 대법원장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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