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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시대 막 내렸다…금리 동결 속 30년 만 ‘역대급 이견’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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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4.30 04:33:40

인플레·유가 상승에 정책 불확실성 확대
스티븐 마이런 인하 주장…3명은 완화 기조 반대
파월 “법적 공격에 연준 흔들”…이사 잔류 시사
워시 체제 앞두고 정책·독립성 시험대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내부 분열이 30여년 만에 가장 큰 수준으로 표출됐다. 제롬 파월 의장 체제의 사실상 마지막 회의에서 정책 경로뿐 아니라 연준의 독립성과 향후 운영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동시에 부각됐다. 물가와 경기 흐름이 엇갈리는 가운데 통화정책 판단이 한층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9일(현지시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3.75%로 유지했다. 금융시장은 사전에 동결을 거의 확실시해왔던 만큼 시장 예상과 부합하는 결과다. 연준은 지난해 말 세 차례 금리 인하 이후 최근 세 차례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하며 정책 방향을 재점검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총 4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지며 이례적인 분열 양상이 나타났다. 4명의 반대표는 199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표결은 8대 4로 갈렸으며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경기 둔화를 우려해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반면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에는 동의했지만 성명에 유지된 완화 기조에 반대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문구는 “추가적인 금리 조정의 범위와 시점”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해왔다. 특히 ‘추가적인’이라는 표현이 최근 금리 인하 흐름을 전제로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정책 경로를 둘러싼 해석 차이를 키웠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부 반영됐다”고 밝혔다.

유가·관세·공급 충격 겹쳐…‘복합 인플레 국면’

연준 내부 이견의 배경에는 단순한 경기 논쟁을 넘어선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경제는 팬데믹 이후 이어진 공급망 충격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관세 정책, 중동 갈등까지 겹치며 사실상 수년간 연속적인 공급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단일 요인이 아니라 복수의 요인이 누적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은 과거와 달리 ‘일시적 충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 부담이 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물가 기대를 자극하고 있고, 기업들은 비용 상승을 가격에 반영하는 데 점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약 3% 수준으로 정점 대비 낮아졌지만 여전히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 문제는 물가가 자연스럽게 하락 경로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관세로 인한 상품 가격 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 현재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더 나아가 기업의 가격 결정 행태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과거에는 비용 상승을 흡수하며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보다 끈질기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더해지면서 정책 판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물가 상승이 일시적 충격인지, 구조적 변화인지 판단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 경우 연준은 금리를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정책당국자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고용 시장은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용 증가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속도는 점차 느려지고 있어 경기 하방 위험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처럼 물가와 경기 신호가 엇갈리면서 정책 경로는 한층 불투명해진 상태다.

파월 “연준 흔들리고 있다”…이례적 잔류 선택

이번 회의는 8년에 걸친 ‘파월 시대’의 사실상 마무리를 의미한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기 의장 취임 이후에도 일정 기간 연준 이사로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연준에 대한 일련의 법적 공격이 통화정책 수행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며 “기관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정치권과의 긴장 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압박과 더불어 연준을 겨냥한 법적 조치가 이어지면서 중앙은행의 정책 독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최근 연준은 금리 정책과 관련해 정치권의 직접적인 압박을 받아왔고, 일부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다. 파월 의장은 이러한 상황이 정책 판단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특히 “법적 문제들이 완전히 투명하게 해결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거취 문제가 아니라 연준의 제도적 신뢰와도 연결된 판단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통적으로 연준 의장은 후임 취임과 동시에 물러나는 것이 관례였지만 파월이 이사로 잔류할 경우 이는 수십년 만에 보기 드문 사례가 된다. 이 같은 결정은 차기 지도부로의 권력 이양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파월은 이사로 남더라도 “낮은 프로파일을 유지하겠다”며 차기 의장인 케빈 워시의 정책 운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권력 이양 과정에서의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의 인준청문회 답변 모습
워시 체제 출범…정책·독립성 동시에 시험대

상원 은행위원회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를 본회의로 넘겼다. 상원 전체 표결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연준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지도부 교체를 앞두게 됐다.

이번 권력 이양은 단순한 인사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치권이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온 상황에서 차기 연준이 정책 독립성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워시는 정책 틀과 운영 방식 전반에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다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책 선택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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