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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달리는 트럭 짐칸서 선거 유세, 도로교통법 위반?

박두호 기자I 2022.02.26 20:40:44

화물 적재함에 사람 태우면 위법
승인받은 유세 차량은 화물 적재함으로 보지 않아
대부분 유세 차량은 개조 승인을 받지 않은 차량
결론적으로 대부분 차량 유세는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

[이데일리 박두호 기자] 대통령 선거 유세차량들이 각종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5일 한 시민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에서 0.5톤 경상용 트럭인 ‘라보 트럭’을 탑승해 유세를 펼친 게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며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불법으로 개조된 유세 차량의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유세 차량은 지난 15일 부산에서 높이 3m 지하차도를 지나다가 천장에 걸려 차량이 전복됐다. 이는 해당 유세 차량 차고를 높여 개조한 탓에 무게 중심이 높아져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동해남부선 선로 아래 도로를 지나던 유세차량이 굴다리 입구와 충돌한 뒤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처=뉴시스)




지난 15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유세 버스에서 기사와 당원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에서 버스 내 적재함에 설치된 발전기에서 버스 내부로 가스가 유입돼 발생한 사고로 확인됐다. 경찰은 버스에 발전기를 설치한 관계자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차량 내 본래 유류 장치 대신 다른 장치를 설치하는 개조를 하려면 한국교통안전공단에 구조 변경을 신청해야 하지만 안 후보 유세 버스는 개조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유세차량을 둘러싼 잡음은 선거때마다 끊이지 않는다. 선거 유세차량 운영이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어디부터 불법인지 확인해 봤다.

달리는 트럭에서 하는 선거 유세는 합법일까?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트럭 짐칸에 서서 선거 유세를 한게 논란이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 북구에서 구포시장 골목길에서 라보유세차를 타고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출처=뉴스1)




도로교통법 49조에는 ‘운전자는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지 아니할 것’이라 명시돼 있다. 이 대표가 라보 트럭 뒤에서 선거 유세를 한 것은 이 법 조항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의 선거 유세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후보자들이 달리는 트럭 짐칸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것도 불법이다. 일단 일선 현장에서 1차적으로 이를 판단하는 경찰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선거 유세 차량으로 개조된 경우는 ‘화물 적재함’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어 현장 단속에서 지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경찰의 '유권해석'을 존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구승 광덕안정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표의 라보 트럭 유세는 개조하지 않은 트럭 뒷칸에서 유세를 펼쳤다는 점에서 도로교통법 49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도로교통법 156조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다만 선거 유세 차량으로 적법하게 개조된 차량은 화물 적재함으로 보지 않는다는 경찰의 유권해석은법상 화물 적재함에 대한 판례가 부재한 상황에서 문언에 어긋나지 않는 경찰의 해석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이 대표가 ‘화물 적재함’인 트럭 뒤에서 선거 유세를 한 것은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이고, 적법하게 개조된 선거 유세 차량은 ‘화물 적재함’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거 유세 차량은 적법하게 개조됐을까?

트럭을 선거 유세차량으로 개조하는 행위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동차관리법 34조에 ‘자동차소유자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항목에 대하여 튜닝을 하려는 경우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자동차관리법 77조에는 자동차 튜닝의 안전성 조사 업무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위탁하도록 돼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문의해보니 “차량 개조가 타당한 지 승인을 하는 게 절차상 맞으나, 구조 변경 신청을 하는 선거 유세 차량은 많지 않다"고 답했다.

대다수 유세 차량은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지자체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전국 곳곳을 다니고 있는 것이며, 안전성 검사도 거치지 않은 차량이라는 얘기다.

강동호 로앤강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자동차관리법 55조에 따르면 튜닝 전보다 성능이나 안전도가 저하될 우려가 있으면 승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 대부분의 선거 유세 차량이 1t이 넘는 화물 적재함을 개조하여 대형 스피커를 부착하고, 적재함의 좌우를 낮게 개조하는 바람에 운행 도중 추락할 위험이 있고, 트럭의 무게가 무거워서 쉽게 정차할 수 없는 우려가 있어 승인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다만 선거 유세 차량 특성상 부득이하게 화물 적재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점, 선거 유세 차량을 이용한 선거 홍보를 용인하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가 만연한 점 등으로 단속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적법하게 개조된 유세 차량은 ‘화물 적재함’으로 보지 않지만 정치권은 관행적으로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안전성 조사와 지자체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유세 차량을 운행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선거 유세 차량을 적법하게 개조된 유세 차량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대다수 차량 유세가 불법이라는 얘기다.

강 변호사는 "지역마다 기준이 달라 혼선을 빚는 바람에 누가 나서서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거 유세 차량에 관하여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불법적인 요소를 규정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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