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는 베트남 현지 영화산업 성장성만 놓고 보면 이 기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각종 위험부담과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소재의 특수목적설립회사(SPC)라는 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베트남 법인 성장성·자금력 ‘이상무’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 CGV 베트남홀딩스는 CJ CGV 베트남 법인의 지분 80%를 보유한 모회사다. 2004년 6월에 설립됐다. CJ CGV는 베트남에서 메가스타를 운영중이던 엔보이미디어파트너스를 2011년 7월 인수해 사명을 CJ CGV 베트남으로 변경하면서 본격적으로 현지시장에 진출했다. 엔보이미디어파트너스는 2004년 6월에, 메가스타는 이듬해 2월에 각각 설립됐다.
CJ CGV 베트남은 현지 1위 극장 사업자이자 1위 영화 배급사다. 2010년에는 현지 1위 사업자였던 메가스타를 인수한 후 빠르게 영화관을 확장했고, 배급업도 강화했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 기준 베트남 내 스크린 수 점유율 41%(345개)와 배급 점유율 69%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극장수 점유율도 35%(57개)로 1위다.
CJ CGV 베트남홀딩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283억원으로 전년대비 22.6% 늘었고, 영업이익은 114억원으로 4.8%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액 749억원,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되는 현금을 베트남에서 영화관을 확장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CJ CGV 베트남홀딩스의 실질영업 자회사인 CJ CGV 베트남이 현지 영화시장의 고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의 영화시장은 최근 4년 간(2013~2017년) 연평균 2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지 시장은 2013년 601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4220만 달러까지 성장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3년간 베트남 영화 관람객 수는 연평균 17.6%씩 늘고 있는데다, 현지시장이 공공기업 중심에서 민간기업으로 재편될 당시 CJ CGV 베트남이 선점했던 영향으로 성장성도 갖췄다”며 “국내 CJ CGV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해외 법인 투자에 쓰지만 베트남 법인은 현지에서 돈을 벌어 영화관 수 확대 등 해당 법인에 투자할 수 있어 자금력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CJ CGV 베트남홀딩스는 지난달 13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심사 승인을 받은 후 같은 달 1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때만 해도 코스피시장 입성은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CJ CGV 베트남의 존속 기간 명시가 발목을 잡았다. 이 회사가 CJ CGV 베트남홀딩스에 존속되는 기간은 정관상 40년으로 2045년 2월 2일까지다. 그러나 이 기간이 지난 후 연장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CJ CGV 베트남홀딩스가 증권신고서에 이부분을 누락한 것이다. 상장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와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최근 이를 보완했다.
또 주관사는 최근 3년간 배당이 없었던 부분과 지속적인 투자 및 확장으로 인해 고정비 증가, 신규 프로모션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할 위험 등에 대해서도 내용을 보완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투자참고 판단 자료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최근 3년간 7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이 상장에 나섰지만 6곳이 공모기간을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을 하더라도 걸림돌은 있다. 현지 영화시장 잠재력이나 법인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나, 변동성이 높은 국내외 증시로 인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점이다. 여기에 CJ CGV 베트남홀딩스가 SPC라는 점도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 법인이 아닌 SPC를 만들어서 상장 절차를 밟다보니 구조가 조금 복잡해진 상황”이라며 “이 부분과 각종 위험요소들에 대한 충분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기대가치가 높은 기업이라고 해도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CJ CGV 베트남홀딩스의 공모희망가는 1만8900~2만3100원으로, 총 1080억~1320억원을 조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