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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in]현대건설 우선협상자 선정기준 현대차에 유리했다

김세형 기자I 2010.11.25 10:38:08

자금조달 계획·능력↑ 가격배점↓..사회 손실책임 항목 미미
현대차그룹 `안이한 대처` 패배 원인 지적 힘 얻어

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25일 10시 08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면에서 유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에 패했고, 결국 이번 인수전에 다소 안이한 태도로 임했다는 지적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25일 이데일리가 이번 현대건설과 과거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기준을 비교해 본 결과 선정기준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인수 후보자의 재무능력 배점이 대폭 상향조정됐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재무 안정성이나 자금조달 능력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는 점에서 전략면에서 모자란 수를 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현대그룹은 과감한 베팅으로 이 같은 약점을 보완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 자금조달 계획·능력 배점..현대건설 20.5점 vs 대우건설 12점

인수자의 자금조달 계획과 능력 부문 배점이 차원이 다를 정도로 높아졌다. 대우건설 때는 12점에 불과했으나 이번엔 20.5점에 달했다. 인수자금 조달의 안정성이나 계획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던 편이나 인수 후보자의 신용도와 재무능력은 2점에서 7점으로 배점을 높혔다(아래 표 참조). 반면 가격배점은 현대건설 65점, 대우건설 67점으로 소폭 낮아졌다.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건설의 몰락을 필두로 한 여타 M&A 기업들이 현재 겪고 있는 `승자의 저주`가 대폭 반영된 결과다. 2008년 하반기 본격화한 경제 위기가 본연의 사유이나 채권단이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을 우선시, 인수 기업은 물론 피인수 기업조차 어려움에 빠뜨렸다는 여론의 비난도 무시할 수 없었다.

채권단중 하나인 정책금융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 대강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을 공개하면서 비가격 요소 역시 중요하게 보겠다고 밝혔다. 여론을 의식한 행동이었고 이 같은 변수는 실제 배점표에 반영됐다.


◇ 사회적 손실책임 대폭 하향·구(舊)사주 문제 추가

감점항목 역시 크게 달라졌다. 대우건설때는 `사회·경제적 손실책임` 한 항목에 -10점 전부를 배정했으나 현대건설(000720) 인수전에서는 ▲구사주 해당여부(-3점) ▲경영정상화 기여도(-3점) ▲사회·경제적 손실책임(-2점) ▲확약서 위반 등(-2점) 등 4개 항목으로 다양해졌다.

인수전이 현대그룹에 갈라져 나온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2자 구도가 되면서 구사주 문제와 경영정상화 기여도 문제는 고려치 않을 수 없는 문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2000년대 중반에는 현대그룹에 부실책임이 있다고 해서 현대그룹이 인수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비등하기도 했다.

현대家와 관련된 항목이 부상하면서 사회·경제적 손실책임 항목의 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0점에서 -2점으로 하향된 것은 다소 폭이 과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대우건설(047040) 인수전의 승패를 가른 것은 감점 항목이었다. 당시 가격부문에서는 두산그룹이 금호그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고, 비가격부문에서는 금호그룹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전체적으로 금호그룹이 우위를 점했다. 점수는 금호가 95.63점, 두산이 95.21점으로 박빙이었다.

감점부문에서 금호그룹은 -0.01점, 두산그룹은 -10점 만점을 받았는데 결국 이것이 두산그룹에 직격탄이 됐다. 두산그룹은 이로 인해 5개 입찰자중 네번째로 밀려 났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에 대해 2005년 11월 임원이 재무제표 허위작성, 공시 위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것을 이유로 10점 전부를 깎았다.

◇ 현대차에 다소 유리한 기준..현대의 과감한 베팅 방증

결국 전반적인 기준은 현대차그룹에 유리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그룹이 유상증자, 자산매각, FI(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있는 대로 자금을 끌어 모으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10조원대의 현금 자산을 바탕으로 인수전에 느긋한 모습이었다. 규모 역시 재계 서열 2위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을 포함시키고도 13, 14위를 바라보는 현대그룹에서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감점항목에서 구사주 해당여부와 경영정상화 기여도는 두 그룹에 그다지 유불리가 없었을 요인이다. 구사주 해당 여부는 현대차그룹보다는 현대그룹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으나 경영정상화 기여도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현대건설을 애써 외면해 왔다는 점에서 서로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손실책임의 감점은 현대차그룹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했을 소지가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06년 계열 글로비스 등을 통해 회삿돈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손실책임 감점은 10점에서 2점으로 크게 낮아졌다.

현대건설 인수전은 불과 1점 미만의 차이로 승패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보다 4000여억원 더 높게 가격을 써낸 것이 주효했다. 매각자측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대세론이 뒤집어진 것은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특혜 시비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현대그룹의 가격 베팅이 다른 평가 요소를 눌렀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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