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상용기자] 국내 최고 명품관을 표방하며 내년 개장을 앞두고 있는 명동 하이해리엇 상가가 얽히고설킨 담보권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업계에서는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된 미분양상가가 일반인에게 다시 분양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분양계약자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하이해리엇의 시행사인 월드인월드와 서울지방법원,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월드인월드는 지난 2003년말 남광토건이 `새로운성남(옛 월드인월드개발)`에 100억원을 빌려줄 당시 연대보증을 서는 한편, 당시 미분양상태로 남아있던 명동 하이해리엇 상가를 담보로 제공했다.
남광토건(001260)과 새로운성남, 월드인월드 등이 체결한 자금대여 약정서를 살펴보면 연대보증인인 월드인월드는 약정체결일(2003년 12월23일)까지 분양되지 않은 상가를 담보로 제공한다고 밝히고, 채무 100억원의 130%에 상당하는 채권채고액으로 하는 근저당을 설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원리금 상환일까지 미분양 상가에 대해 일체의 분양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불가피하게 분양이 필요한 경우 남광토건의 사전승낙을 얻도록 하는 한편 분양대금은 남광토건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하고 있다.
약정서 체결일 당시 하이해리엇의 분양율은 76%였다. 월드인월드 관계자는 "분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현재 분양율은 95%에 달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담보로 제공됐던 상가 가운데 상당수가 다시 일반인에게 분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명동 하이해리엇의 분양·계약쪽 일을 하고 있는 월드인월드 관계자는 "2003년말 당시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던 상가가 남광토건에 담보로 제공됐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그는 `2003년말 이후 분양을 받은 사람들에게 미분양상가가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된 상태라는 점을 공지했느냐`는 질문에 "상가 분양 및 계약을 맡고 있는 관계자도 모르는 사실인데…"라고 말했다.
현재 남광토건은 월드인월드의 대주주이자 새로운성남의 대표인 권덕만씨를 검찰에 사기죄로 고소한 상태. 원리금을 2004년 2월28일까지 갚기로 했으나, 원금 가운데 30억원만 갚고 이자를 포함한 나머지 돈 100억 가량을 아직 갚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광토건은 또 지난 9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당초 약정에도 불구하고 월드인월드와 권씨측이 남광토건의 사전승낙 없이 미분양 상가를 계속 분양했고, 분양수입금도 남광토건에 입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씨측은 검찰조사에서 명동 하이해리엇의 미분양상가를 담보로 제공했으나, 분양이 안 될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분양이 되면 그 대금이 자금관리를 하는 신탁사로 입금돼 관리되므로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계약내용 자체로는 무효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남광토건은 "약정서 어디에도 미분양상가 담보제공이 분양이 안 될 경우를 가정한 조항이라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2003년 담보로 제공받은 미분양상가에 대해 근저당설정 및 명의이전 금지 가처분신청과 같은 법적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면서 "월드인월드가 하이해리엇 사업으로 얻게 될 개발이익금에 대해서만 가압류를 걸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쌍방간 자금 대여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분양계약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은 적다"면서 "그러나 최악의 경우 수분양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광토건뿐만 아니라 다른 채권자 문제도 걸려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솔창업투자도 보석판매업체인 토세베라에게 35억원을 빌려주고 보증채무자인 권씨의 지급보증을 위해 하이해리엇 상가 19개를 담보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가가 이미 일반인에게 분양된 상가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솔창투는 이 물건에 대해 명의이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명동하이해리엇 사업과 관련한 자금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자산신탁으로부터 시행사와 시공사, 대주단간 자금거래 내역 일체를 넘겨받았다. 한국자산신탁은 하이해리엇 사업의 돈관리를 맡고 있는 신탁사다.
한편, 새로운성남(옛 월드인월드개발)과 토세베라가 남광토건 및 한솔창투로 빌린 돈 100억원과 35억원은 권덕만씨가 대표로 있는 퍼시피캡 퍼시픽 림 펀드(PPRF)가 HK저축은행(007640)을 인수하는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씨는 지난 5월 법정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이데일리 10월20일 `HK銀 PPRF 자금조성 어떻게 했을까`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