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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꾼’들 사이에 갇힌 BOJ…日 금리인상 속도 두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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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I 2026.09.20 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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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금리인상 단행한 BOJ, "우에다 총재 균형잡기 어려울 것"
"금리올려" 베선트 美재무, "경제성장" 다카이치 사이서 압박
美 로드맵 따르면 독립성 문제, 인상속도 늦추면 공조성과 희석
美日 모두 만족 못시켜, 내년 BOJ 둘러싼 정치적 압박 더 커질듯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일본은행(BOJ)이 두 ‘훈수꾼’들 사이에 꼈다. 지속적으로 긴축 가속화를 주문하고 있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일본 경제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사이에서다.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 속도를 두고 일본은행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AFPBB/로이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AFPBB/로이터)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일본은행의 결정은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개입했던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통화 긴출 가속화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반면, 더 빠른 경제 성장에 주력하고 있는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셈법은 다소 결이 다르다. 다카이치 총리가 임명한 2명의 일본은행 정책위원은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타케우치 아츠시 전 일본은행 외환국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에다 카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균형잡기는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카이치 총리와 베선트 장관 양쪽의 압박 사이에 끼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물가 상승 압력이 가장 약한 편”이라며 “일본은행이 다른 중앙은행들과 금리 인상 경쟁을 벌인다면 결국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일본을 장기 경기 침체로 되돌릴 위험을 키울 수 있고, 또 금리인상 자체가 미국의 로드맵에 따르는 것으로 비춰지면, 일본은행의 독립성에 대해서도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인상 속도를 너무 늦추면 미국과 공조해 엔화 가치를 40년 만의 최저치에서 끌어올렸던 협력의 성과가 무산될 수 있다. 향후 일본은행이 양측에서 균형을 잡기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다음달 추가 인상이나 큰 폭의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매파(긴축)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설득되지 않았다. 이후 엔화 가치는 이날(현지시간) 오후 7시 기준 달러대비 1.3% 하락했다.

오모리 쇼키 도이치방크 수석 일본 고정수익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우에다 총재의 상황은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며 “어떤 속도를 택하든 투자자, 미국 워싱턴, 일본 정부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최근의 상황이 일본은행 차원에서는 나쁘지 않을 수 있단 시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보면 베선트 장관이 추가 금리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다카이치 정부의 견제를 막아주고 있어서다. 현재 다카이치 총리도 반발 없이 금리인상을 수용하는 모양새인데, 이는 이번주 미국 뉴욕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의 불만을 사지 않으려는 의도도 깔려있단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다카이치 정부가 향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다카이치 총리는 지출 확대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 재정건전성 지표 기준을 개편했다. 고물가를 동반한 빠른 경제 성장 측면에서는 이 같은 재정 정책이 유리하지만, 고금리 기조 속에서 오는 2029년까지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국채 이자 상황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일본은행 금리인상 결정에서 다카이치 측 인사가 던진 2개의 반대표는 향후 추가 인상 과정에서 정치적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BOJ 위원을 지낸 키우치 타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는 “베선트 장관의 공개적인 요구는 일본은행을 국내 정치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 줬는데, 이는 매우 큰 변수”라며 “지난해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노골적인 정치적 개입이 이어져 왔는데, 이번에는 미국 덕분에 인상을 감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 대다수는 일본은행의 다음 금리 인상 시점으로 오는 12월과 내년 1월을 꼽고 있다. 내년 7월에는 매파 성향의 다카타 하지메, 타무라 나오키 위원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금리인상 결정에서 반대표를 던진 인물들과 같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을 후임으로 임명할 경우, 총 9명으로 구성된 정책위의 균형은 크게 뒤흔들릴 수 있다.

우에다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엔화가 약세를 보인 점은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달러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의 재개 가능성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7월 미국과 일본의 공조 개입 이후 일부 청산됐던 엔 캐리 물량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및 추가 긴축 신호와 일본은행의 보폭 맞추기 지연이 맞물려 양국간 금리 격차가 다시 벌어질 경우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아타고 노부야스 라쿠텐증권 경제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베선트 장관은 미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가 가라앉을 때까지 (일본에게) 동일한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며 “베선트의 발언은 결국 미국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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