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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출 잘돼도 소비 심리는 후퇴, 경제의 두 얼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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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6.08.26 05: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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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두 모습이 갈수록 선명해진다. 수출은 질주하는데 국민 체감경기는 뒷걸음질이다. 한국은행의 8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04.5로 한 달 새 2.3포인트 떨어졌다. 넉 달 만의 하락이다. 지수 자체는 아직 기준선 100을 웃돌지만 속을 보면 마음 놓기 어렵다. 현재 경기판단은 79로 5포인트, 향후경기전망은 89로 3포인트 떨어졌다. 취업기회전망도 86으로 3포인트 하락했다. 생활 형편과 가계수입, 소비지출 전망까지 일제히 나빠졌다.

수출 숫자와는 딴판이다. 8월 1~20일 수출은 552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6% 늘어 같은 기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47%를 차지하며 호조를 이끌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반도체와 일부 대기업의 호황을 우리 경제 전체의 호황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고용만 봐도 온도 차가 크다. 7월 전체 취업자는 10만 8000명 늘었지만, 제조업 취업자는 6만 8000명, 건설업은 5만 7000명 줄었다. 특히 청년고용률은 44.2%로 1년 전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도 청년 일자리와 가계소득, 골목상권 매출로 퍼지지 못한다면 국민이 느끼는 경기는 좋아지기 어렵다.

누적된 생활물가 부담도 체감경기를 짓누르고 있다. 한은은 이번 소비심리 하락 배경으로 증시 조정과 함께 그동안 쌓인 물가 부담을 꼽았다.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고 이미 오른 식료품·외식비·주거비가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통계상의 물가안정과 장바구니 물가는 다를 수 있다.

정책당국은 수출 증가율이나 성장률 같은 숫자만 볼 때가 아니다. 반도체 호황이 내수와 고용, 가계소득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기업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고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청년과 취약업종의 일자리 회복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물가는 억지로 누르기보다 공급과 유통구조 개선으로 생활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 수출이 아무리 잘돼도 국민이 지갑을 열지 못하면 경기 회복이라 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출 숫자에 취하는 게 아니라 온기가 내수와 가계로 퍼지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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