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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산층 욕망과 함께 진화한 그랜저 40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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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화 기자I 2026.05.14 05:09:02

88올림픽 VIP 의전 차량에서 국민 세단으로 진화한 역사
''성공하면 그랜저''…한 문장 각인으로 여러 시대를 지배해
1986년 ''각그랜저''부터 2026년 ''더 뉴 그랜저''까지 진화 거듭
플레오스 커넥트 최초 적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대전환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1986년 7월 24일, 서울 올림픽을 2년 앞둔 대한민국에 낯선 세단이 등장했다. 직선 위주의 각진 차체, 국산차 최초의 전륜구동, 전자제어 연료분사(MPI) 엔진과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갖춘 준대형차. 현대자동차가 미쓰비시자동차와 손잡고 개발한 1세대 그랜저는 당시로선 ‘파격’ 그 자체였다. 초기 가격이 1690만원에 달했고 최고 트림은 2890만원 선이었으니, 서울 외곽 중소형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었다. 그럼에도 그랜저는 대우 로얄시리즈가 장악하던 대형차 시장의 패권을 단숨에 가져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선 전 세계 국빈과 VIP들을 태웠고, 이후 40년을 내달리게 된다.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 (사진=현대차)
올해 7월이면 그랜저가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된다. 그랜저는 대한민국 산업화 세대가 꿈꾼 ‘성공의 좌석’이었고, 외환위기를 버텨낸 중산층이 다시 손에 쥔 회복의 열쇠였으며, 1인 가구와 MZ세대가 ‘갓성비 프리미엄’으로 재해석한 현재진행형 욕망의 결정체다. 1986년 첫 출시 이후 2020년 누적판매 200만대를 돌파했고, 이후에도 연간 10만여대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랜저는 1세대부터 7세대까지 시대의 변화를 비껴가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며 진화한 덕분에 여전히 ‘준대형차 절대강자’를 지키고 있다. 2~3세대 뉴그랜저·XG는 경제호황을 타고 고급차의 대중화 시기를 맞이했다. 1992년 2세대 ‘뉴그랜저(LX)’는 곡선미로 승부했다. 1세대의 각진 이미지를 벗고 유선형 보디로 갈아탄 것은 당시 세계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였다.

1990년대 초반 ‘3저 호황’의 수혜를 입은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되면서 그랜저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리, 과장, 부장 순서로 타는 차’라는 인식이 이 시기에 굳어졌다. 1998년 외환위기 한파 속에서도 현대차는 3세대 ‘그랜저 XG’를 내놓았다. 독자 설계로 전환한 첫 세대로, 외환위기를 극본 한 뒤 국내 경제 회복기의 분위기를 타고 판매가 급증하며 1~5세대 합산 국내 판매량은 150만 대를 훌쩍 넘겼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현대자동차 2세대 ‘뉴 그랜저’.
현대자동차 3세대 ‘그랜저 XG’.
4~5세대 TG·HG는 ‘연봉 1억의 차’에서 ‘국민 준대형차’로 확장된 시기다. 2005년 등장한 4세대 ‘그랜저 TG’는 외관의 역동성을 대폭 강화했다. 패밀리룩을 앞세운 현대차의 디자인 정체성이 처음 본격 적용된 모델이기도 하다. 진정한 변곡점은 2011년 5세대 ‘그랜저 HG’에서 왔다. YF 쏘나타와 같은 파격적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을 입은 HG는 출시 첫 달부터 판매 차트 정상권을 휩쓸었다. 이 시기부터 그랜저는 월 5000~6000대 수준을 벗어나 1만대 안팎으로 뛰어올랐다. 2013년에는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추가되면서 ‘친환경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했다.

2016년 11월 데뷔한 6세대 ‘그랜저 IG’는 세단 역사의 기록을 새로 썼다. 출시 첫 달 계약 대수가 3만 건을 넘겼고, 이듬해부터는 연간 판매량이 10만 대를 돌파하며 아반떼·쏘나타와 함께 현대차 ‘빅3’ 세단의 반열에 올랐다. 2019년 부분변경 ‘더 뉴 그랜저 IG’는 인테리어 완성도를 대폭 높이며 고급감을 강화했다. 이 시기 그랜저는 단순히 ‘아버지 세대의 차’가 아닌 30~40대 직장인들의 첫 프리미엄 세단으로도 자리를 넓혔다. SUV 열풍이 거세게 불던 시대에도 그랜저만은 세단의 자존심을 지켰다.

2022년 11월 등장한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GN7)’는 ‘뉴트로(Newtro)’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1세대 각그랜저의 직선 DNA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외관은 출시 전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40년 역사를 오마주하면서도 미래를 향한다는 메시지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현대차 7세대 부분 변경 더 뉴 그랜저.
올해 5월에는 그랜저 탄생 40주년을 앞두고 ‘더 뉴 그랜저’가 베일을 벗는다. 단순한 중간세대 정비가 아니라 ‘신차급 완성도’를 위해 현대차 최초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AAOS) 기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처음 탑재한다. 17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에 AI 음성비서 ‘글레오’, 멀티태스킹 앱 생태계를 구현했다. 외관도 달라졌다. 길어진 후드와 ‘샤크 노즈’ 라인이 차량 전체의 무게중심을 낮추며 역동성을 강조했고, 한국 전통 공예인 옻칠에서 영감을 받은 신규 색상 ‘아티스널 버건디’가 안팎을 감쌌다.

업계 관계자는 “3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현대차의 7세대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는 이제 소프트웨어 혁신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면서 “그랜저가 쌓아온 40년의 역사에 더해 최신 기술을 더해 진정한 프리미엄 플래그십 세단의 정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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