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32)씨는 주방 세제 액체 등을 판매하는 상점을 자주 찾는다. 세제 통을 직접 가지고 가서 무게를 재는 등의 번거로움이 있지만, 한 푼이라도 절약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박씨는 “집에서 사용하는 세제 통 기준으로 가격이 1만5000원 정도인데 리필만 하면 2000원밖에 들지 않아 저렴해서 자주 이용한다”면서 “주방 세제나 빨래 세제를 대용량으로 사용했지만 굳이 이렇게 사용하면서까지 돈을 써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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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주방 세제 액체 등을 판매하는 상점인 ‘행복한 나눔’ 내부. 개인과 기업에서 기증받은 상품을 판매하는 이 상점 한 쪽에는 ‘리필스테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리필스테이션에는 ‘섬유유연제·10g=20원’, ‘세탁세제·10g=25원’, ‘주방세제·10g=30원’ 등의 문구가 써 붙인 액체가 담긴 세제 통이 마련돼 있었다. 이용하는 방법도 설명돼 있다. 가져온 용기에 액체를 담은 뒤 저울에 용기를 올리고 무게를 잰 후 측정된 g만큼 비용을 내면 되는 방식이다.
이곳을 찾은 주부 이모(52)씨는 “가족이 많아서 대용량을 사서 써도 섬유 유연제랑 빨래 세제를 금방 없어진다”면서 “이곳에서 리필 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몇 번 사용해봤는데 비용적인 측면에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상점 매니저는 “주로 젊은 층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리필을 해서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면서 “저렴하기도 하지만 친환경적인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서울 중구 알맹 상점 리필스테이션의 상황도 비슷했다. 이곳은 주방 세제 외에도 샴프·린스·바디워시 등도 액체 형태로 판매하고 있었다. 물비누 통에는 ‘1g=35원’, 바디워시 통에는 ‘1g=30원’ 등이 써 붙어 있었다. 매니저는 “하루에 10명 이상이 상점에 와서 리필로 액체 등을 받아가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저렴하기도 하지만 굳이 용기를 또 사서 써야 하나 이런 생각에 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상점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임모(35)씨는 “집값 등으로 대출금이 많이 나가서 뭐라도 줄여야 한다는 방법에 리필을 사용하러 다닌다”며 “생활 반경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절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고물가 시대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방법의 하나로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경기에서 수입을 더 증가하는 방법은 많지 않아 지출을 줄여 가계에 보탬에 되는 방법의 하나로 생각한 것 같다”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머리를 짜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정보도 얻어가는 과정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