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보기 위해 일부러 유튜브를 뒤지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지난 30일 기준으로 보험사 ‘신한 라이프’의 광고 조회수는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YouTube) 기준284만회를 넘어섰다. 메인 모델을 맡은 신인 '로지'의 인기 덕이다.
사실 로지는 실제 사람이 아닌 22세 여성으로 설정된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 즉, 가상 인간이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에 인간의 모습과 유사한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가상의 인물이다.
‘로지’는 지난해 8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활동을 시작했고 약 4개월이 지나서야 가상 인간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유튜브 광고 영상 댓글에는 “인간 아니라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사이버가수 아담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알고 보니 어색하다" 는 평가도 있다.
로지뿐만 아니라 LG전자 소속인 ‘김래아’ 역시 가상 인간이다.
래아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진행된 LG전자 발표에 연사로 나섰다. 영상에서는 표정과 손짓에서 어색한 모습이 보이지만 사진으로 볼 때는 실제 사람과 매우 흡사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가상 인간 모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케아 하라주쿠점에서 생활하는 영상으로 화제가 된 일본의 ‘이마(imma)’, 2018년 타임지의 ‘인터넷에서 영향력 있는 25인’으로 선정된 '릴 미켈라(Lil Miquela)’, 영국 출신 사진작가 카메룬 제임스 윌슨이 만든 모델 '슈두(Shudu)' 등이 대표적이다.
로지의 개발사인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의 김진수 이사는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던 중, 해외의 '슈두' 사례를 보고 가상 모델 개발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가상 인간'을 모델로 쓰는 이유
기업들이 앞다퉈 가상 인간을 모델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은하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환경의 확산과 모델 이미지 설정이 자유롭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활동에서 많은 제약을 받게 됐다”며 “가상인간은 온라인상에서라도 유사한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해외 촬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로지의 SNS에는 외국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올라온다.
이 교수는 이케아의 모델로 활동한 이마를 예로 들며 "브랜드들이 가상 공간을 꾸려 가상 모델을 통해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구현함으로서 홍보효과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가상 모델은 손쉽게 기업이나 광고 업체가 추구하는 이미지로 설정할 수 있고 개인의 일탈 등의 위험성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로지, 래아, 이마...뜨는 '가상 인간'은 왜 다 여자일까?
한국 최초의 사이버인간은 남성인 ‘아담’이다.
하지만 최근 화제가 되는 가상 인간들은 모두 여성이다. 왜일까?
사람들이 여성의 이미지나 음성을 더욱 편하게 느낀다는 점과 이미지 활용도가 남성보다 폭넓다는 점 그리고 소비자와 소통에 강점을 보이는 인플루언서 중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 이사는 "사실 가상 인간의 개발에 착수하고 스토리를 부여하는 과정에 참여한 ‘로지’ 개발팀이 모두 여성이었기 때문에 우선 가장 잘 아는 대상인 여성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주요 활동 기반으로 삼은 '인스타그램'에서 여성들이 소통을 더 많이 한다는 점에서도 여성 모델로 설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여성 모델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비자에게 친근감을 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교수는 “가상 모델이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는 과정은 결국 일상생활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데 이런 배경에 여성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라며 "패션 등 모델의 활동 분야에 여성의 이미지가 더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김 이사는 이어 여성 가상 모델에 이어 남성 가상 모델도 현재 개발 중이어서 곧 대중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