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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경찰의 범죄일람표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입수해 경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했다.
8일 MBC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작성한 구미 어린이집 학대사건 범죄일람표에 모두 76건의 학대 건이 날짜별로 적혀 있지만, 지난해 6월27일 발생한 사건은 배제됐다.
사건 당일 12시30분, 보조교사 A씨가 한 아이의 팔을 세게 잡아당긴 장면이 범죄일람표에 학대 행위로 적시돼 있다. 4분 뒤 A씨는 아이가 토할 때까지 밥을 밀어 넣고 토한 밥을 다시 먹이기도 했지만 이 행위는 경찰이 작성한 범죄일람표에 없었다. 이틀 뒤 발생한 학대 건도 경찰이 작성한 범죄일람표에는 빠졌다. 당시 보육교사 B씨는 발로 아이의 엉덩이를 밀어버리거나 아이의 뺨을 책으로 후려쳤다.
경찰은 CCTV를 모두 보긴 했지만, 엄마들 눈에 범죄행위가 더 잘 보인 것일 뿐 사건을 축소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어린이집 원장을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 “원장이 아이들에게 직접 가해한 적이 없고 교사들의 학대 행위가 찍힌 영상에도 등장하지 않았으며, 원장이 학대행위를 알고 있었을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MBC가 공개한 영상에는 경찰 범죄일람표에 넣은 학대행위 장면이 버젓이 원장 눈앞에서 벌어졌다. 지난해 7월17일 낮,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교사가 상을 닦는 동안 한 아이가 옆에서 뛰어논다. 교사는 어린이의 팔을 잡아끌더니 데려와 앉혀 야단을 친다. 아이가 울자 교사는 왼손으로 아이의 오른팔을 강하게 잡고 장난감을 빼려 하는데, 이때 원장이 들어와 이 장면을 보고는 행주를 던지고 나가는 모습이 찍혔다.
MBC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피해자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경찰의 의견대로 어린이집 교사 2명에 대해서만 신체적 학대가 아닌 정서적 학대만 인정해 형사법정이 아닌 가정법원으로 사건을 보냈다.
학부모들은 경찰이 보여주지 않았던 학대 장면을 7일 뉴스에서 처음 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 아동 아빠는 “정말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저 TV에 왜 우리 애가 나오지 (했다.) 밥을 먹이면서 토했는데 또 먹이더라.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교사 2명이 ‘보호처분’을 받고 끝날 뻔했던 이 사건은, 재판을 진행하던 판사가 뭔가 이상하다며 CCTV 전부를 보자고 하면서 반전을 맞게 됐다. 검찰은 MBC 보도를 보고 재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MBC에 “부모가 찾아낸 학대 장면은 경찰 증거자료에는 없어 미처 몰랐다면서 부모가 추가 고소했으니 조사내용 면밀히 살펴서 적절하게 처리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