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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AIIB]文정부 첫 국제행사 폐막…숫자로 보는 제주총회

박종오 기자I 2017.06.18 12:00:00
[제주=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제기구 행사가 사흘간 일정을 끝으로 18일 막을 내린다.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기구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가 해빙(解氷) 분위기로 돌아서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①2차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리췬 AIIB 총재, 문 대통령, 김동연 경제부총리, 원희룡 제주지사. [사진=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지난 16일 개최한 ‘제2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는 이날 공식 폐막한다.

AIIB는 중국 주도로 작년 1월 설립한 다자개발은행(MDB)이다. 아시아 지역의 도로·철도·항만 등 부족한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MDB은 선진국 등 여러 나라가 낸 자본금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 등에 경제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이다. 통상 개도국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 보증’ 방식과 사업을 담당하는 민간 기업에 조건을 걸고 자금을 대는 ‘비정부 보증’ 방식으로 자금 지원 및 민·관 협력이 이뤄진다. 세계은행그룹(WBG), 아시아개발은행(ADB), 미주개발은행(I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이 대표적인 MDB다.

AIIB는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자금 통로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신 실크로드인 ‘일대’와 동남아에서 출발해 서남아를 거쳐 유럽,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인 ‘일로’를 합친 말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9월 처음 거론했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는 등 중국 견제와 압박에 나서자 지역 경제 협력을 강화할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 주도의 WBG, 일본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ADB의 대항마라는 평가도 있다.

△2014년 말 기준 MDB별 자본금 규모 [자료=IMF·CIA]
AIIB가 중국 외 국가에서 연차 총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1차 총회는 작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이번 2차 총회 주제는 ‘지속 가능한 인프라’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다자기구 연차 총회 개최를 위한 예산으로 모두 65억 5800만원을 책정했다.

새 정부가 처음으로 치르는 국제기구 행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난 16일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회사를 했다. 둘 다 국제 무대 첫 데뷔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 개도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했다. “(한반도) 남과 북이 철도로 연결될 때 새로운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완전한 완성이 이뤄질 것”이라며 자신의 한반도 평화 구상도 꺼내 보였다. 김 부총리는 “지속 가능한 인프라가 일자리 창출과 포용적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3가지 조건을 제안했다.

②11개월

김동연 부총리는 의장국 의장으로서 총회를 주도하고 회원국 수석 대표 7명과 양자 면담을 했다.

15일 진리췬 AIIB 총재와 우선 만난 그는 같은 날 솜디 두앙디 라오스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양자 면담을 했다. 개막일인 16일에는 샤오제(肖捷) 중국 재정부장, 알리 타예브냐 이란 재정경제부 장관, 마이클 맥코맥 호주 중소기업 특임 장관과 얼굴을 맞댔다. 17일에는 망갈라 사마라위라 스리랑카 재무장관, 아므르 엘 가리 이집트 재무장관, 헹 스위 키트 싱가포르 재무장관과 만났다.
△솜디 두앙디 라오스 재무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알리 타예브냐 이란 재무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마이클 맥코맥 호주 중소기업 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샤오제 중국 재정부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관심을 끈 것은 중국과 만남이다.

한국 경제 수장이 중국 재무장관과 양자 면담을 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중국은 작년 7월 청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유일호 전 부총리와 러우지웨이(樓繼偉) 당시 재정부장이 면담을 가진 이후 사드 보복을 노골화하며 한국의 양자 면담 제안을 연거푸 거절해 왔다.

송인창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한·중 관계 개선 기대를 하고 만났기에 분위기가 좋았다”면서 “앞으로 자주 보자고 했고, 추후 한·중 재무장관 면담 일정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면담은 우리 정부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애초 면담 시간은 30분을 계획했지만 1시간가량으로 길어졌다. 다만 중국의 사드 보복 문제는 직접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민감한 부분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면서 “한·중 재무장관이 만나는 것이 오랜만이니 비교적 평이하게 면담을 진행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국 재정부장은 우리로 치면 차관보급으로 공산당 내 서열도 20위보다 아래”라며 “중국 상무부총리 정도가 오지 않은 것이 우리로선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③150건

이번 총회 행사는 회원국 수석 대표 등이 참석하는 거버너 회의와 비즈니스 세션, 각종 세미나, 만찬 등으로 나눠 진행했다.

특히 17일 비즈니스 미팅 세션에서는 모두 150건의 업무 만남이 성사됐다. 국내·외 인프라 기업과 금융기관, 회원국 인프라 건설 발주를 담당하는 22개 정부 기관이 참석해 협력 기회를 만든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도로공사, KT 등 국내 20여 개 공공기관과 기업은 행사장 3층에 전시관을 설치하고 스마트 시티, 그린 에너지, 5G 이동 통신 등을 선보여 참석자 눈길을 끌었다.

④80개국



애초 역내 37개국, 역외 20개국 등 57개 회원국으로 출범한 AIIB는 이번 총회 중 회원국이 80개로 늘어났다. 올해 3월과 5월 각각 13개국, 7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데 이어, 지난 16일 이 기구 이사회가 아르헨티나와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아프리카 동남부의 마다가스카르 등 3개국을 회원국으로 추가 승인해서다.

한국은 지난 2015년 가입 의사를 밝히고 그해 6월 협정문 서명, 12월 국회 비준 동의를 완료해 AIIB 창립 회원국 명단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다. 기구 지분율도 4.06%로 중국(32.36%), 인도(9.09%), 러시아(7.10%), 독일(4.87%) 등에 이어 다섯째로 높은 5대 주주국이다.

⑤7400억 달러

시장의 관심은 AIIB가 아시아 인프라 건설 시장에서 얼마나 제 역할을 하느냐다. 우리 정부도 AIIB를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5년 세계 건설 시장 규모는 9조 3000억 달러(추정)로 이중 인프라가 32%를 차지하고 있다. ADB는 2010~2020년 아시아의 인프라 개발 수요가 총 8조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매년 7400억 달러 가량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ADB는 에너지 산업의 인프라 개발 수요 비중이 전체의 48.7%로 교통(35.3%), 정보통신(12.6%) 등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32개국 인프라 투자액 [단위:억 달러, 자료:기획재정부 등]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17일 총회 세미나에서 “아시아 지역이 세계 경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지만, 고령화, 낮은 생산성, 불평등 심화 등 중장기적인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가 필수”라며 “성장 속도가 느려질 때에 대비해 인프라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해 내놓은 ‘다자개발은행 재원조달 방법과 절차’ 보고서에서 “아시아 인프라 투자는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ADB 등 기존 MDB 자금으로는 개발 수요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은 전략적으로 필요에 따른 MDB 활용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행사 실무를 총괄한 윤태식 기재부 다자개발은행연차총회준비기획단장은 “진리췬 AIIB 총재가 김동연 부총리와의 만찬에서 ‘총회가 매우 잘 돼서 고맙다’고 인사할 정도로 우리 정부와 AIIB와의 관계가 상당히 돈독해졌다”면서 “총회를 통해 중국 등 회원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기를 마련했고, 우리 기업도 AIIB 직원과 개발도상국 발주처 장·차관, 실무자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향후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IIB는 3차 총회를 내년 6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인도 뭄바이에서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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