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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정원으로 오라"…입춘에 '100일' 맞은 촛불

이승현 기자I 2017.02.04 20:43:35

작년 10월 29일 시작해 이날 '입춘' 맞아
"2월은 탄핵의 계절" 100일 기념 행사도 열려

4일 오후 서울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14차 촛불집회에서 ‘2월 탄핵’이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촛불을 든 한 참가자가 중앙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이승현 기자] “봄의 정원으로 오세요. 꽃과 술과 촛불이 있어요. 당신이 안 계신다면 이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4일 오후 7시 30분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은 마이크를 통해 울리는 한 편의 시를 감상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이날 주최한 14차 촛불집회의 사회자인 박진 공동상황실장은 입춘(立春)인 이날 이란의 시인 잘란루딘 루미(1207~1273)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를 낭송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사에 유래 없는 천만 광장을 만든 시민”이라며 “이 광장을 일상의 광장으로 넓혀주십시오. 봄의 정원으로 온 우리 모두를 위해 큰 함성과 박수 부탁드립니다”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그의 요청대로 큰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해 가을(10월 29일) 서울에서 3만명이 모이며 처음 시작한 촛불집회가 추운 겨울에도 설 연휴를 제외하고 주말마다 쉬지 않고 이어진 끝에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입춘인 이날 날씨도 평년 기온을 웃돌아 비교적 포근했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 속에 촛불집회는 오는 5일로 100일을 맞는다.

‘2월에는 탄핵하라’를 주제로 내건 이날 집회에서 시민들은 “봄은 가까이 오고 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2월에는 탄핵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박정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본 집회 무대에서 “거센 추위와 꽃샘 추위를 거쳐야 봄이 온다”고 강조했다.

김영순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오죽 답답하면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3월 13일 이전에 탄핵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을까”라며 “3월 13일은 너무 늦지 않나, 2월 안에 조기 탄핵 결정될 수 있도록 모두 힘 모아줄 것을 부탁한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 이민호 활동가는 지난해 12월 17일부터 탄핵 조기 인용을 촉구하는 ‘국민 엽서보내기’ 캠페인을 해 6018장의 엽서를 지난 1월 15일 헌재에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이제 2월은 탄핵의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촛불집회 100일을 맞아 기념행사도 열렸다.

퇴진행동 측은 이날 오후 5시부터 광화문광장의 상황실 천막에서 시민들과 기념 떡 나눔행사를 열었다. 이어 오후 6시 50분쯤에는 참가자 대표로 경기 분당에 거주하는 조철제씨·김현숙씨 부부와 수원에 사는 조카 이진석씨 가족이 촛불 100일 기념 케익 커팅식을 진행했다. 팥죽을 준비했다는 조씨는 “박정희와 박근혜가 물러가게 두번 (죽을)쒀 만들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4차 집회에서 참가자 대표가 100일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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