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조성진 LG 사장 수사의뢰 배경은?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LG전자(066570) 조성진 생활가전(HA)사업본부장 사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양사 간 갈등이 1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특히 양사가 내년 세계 1위 달성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내세운 생활가전 분야에서 사건이 발생해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 일어난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사건과 관련해 조성진 사장을 포함한 복수의 LG전자 임직원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독일에 있는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에 있는 폐쇄회로TV(CCTV) 화면에서 조 사장이 직접 제품을 파손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에 따르면 조 사장이 삼성의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의 문을 수 차례 무릎으로 눌러 전시된 제품 문이 휘었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제품 문이 뒤틀려 문 개폐가 자연스럽지 않게 됐다”며 “진열 제품에 손상이 생기게 되면 소비자들은 삼성 제품 전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수사의뢰에 대한 결과에 따라 고소·고발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조 사장이 해당 매장을 방문한 것은 맞지만 고의적으로 제품을 파손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연구원이나 임직원이 아닌 주력 사업부문의 수장이 직접 사건과 관련됐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라이벌인 양사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냉장고 용량과 디스플레이 특허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으면서 법정 소송으로 비화됐다.

냉장고 최대용량 경쟁을 벌이던 양사는 삼성전자가 2012년 8월 양사 냉장고에 물을 채워 실제 용량을 측정하는 동영상을 유투브 등의 사이트에 게재했고, LG전자는 삼성전자의 동영상을 내려달라는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1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선 2012년 4월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유출 및 특허를 두고 법정 소송을 진행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LGD)는 2012년 9월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OLED 특허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에 맞서 같은 해 12월 LCD 특허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가 양사의 특허공방이 가열됨에 따라 중재에 나서면서 지난해 9월 양사는 각각 제기한 OLED·LCD 관련 특허소송 및 특허무효심판을 즉시 취하하는 데 합의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3월에는 삼성전자가 시장조사기관의 통계자료를 근거로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 1위’라는 TV 광고를 내보내자 LG전자가 한국방송협회에 통계자료의 신뢰도를 문제 삼으면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수년간 벌어진 양사의 갈등이 치열한 업황을 방증하는 현실로 보고 있다. 더욱이 양사 모두 ‘2015년 생활가전 세계 1위’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점도 이번 수사의뢰 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LG 모두 ‘2015년 생활가전사업 세계 1위 달성’이라는 목표를 수 차례 강조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아직 수사당국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삼성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과열된 경쟁이 불러온 불상사”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최고 경영진이 경쟁사 제품을 직접 파손했다는 의혹이 있는 이번 사건은 과거의 양사 갈등과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왼쪽)과 조성진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장 사장.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