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영재 기자]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일부 완화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DTI 규제 일부 완화로 주택시장이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 DTI규제 일부 완화 왜?..“주택경기 경착륙 심각성 인식”
정부는 DTI규제 일부 완화 대신 `보완`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DTI규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원활한 주택거래를 위해 실수요자의 특성에 맞춰 일부 불합리한 부분을 고치겠다는 것을 뜻한다.
DTI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가계부채 문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13일 “DTI를 (완전히) 풀었는데도 부동산경기가 제자리에 있고 가계 부채만 늘리는 게 아닌가 싶어 못 한다”며 DTI 자체의 완화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이번 DTI 규제 일부 완화는 자산은 많고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대출받는 데 제한을 받아온 기존 관행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DTI는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에 따라 대출 금액을 제한하는 제도로 빚 갚을 능력보다 돈을 많이 빌리는 것을 막으려고 도입됐다. 가계부채 문제의 버팀목이었지만 경기 침체때 시장 거래를 저해하는 등의 부작용도 적잖았다.
한 시장전문가는 “DTI 일부 보완은 정부가 주택경기 경착륙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주택시장 연착륙을 기대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은 “대출자의 특성별로 현장 관계기관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시장활성화 위해선 DTI전면 폐지돼야”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시장의 반전을 불러오지는 않겠지만 심리적 안정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만큼 DTI 규제의 전면 폐지나 취득세 인하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함께 내놓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최근 수도권에서 아파트 가격의 경착륙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심각성을 받아들였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면서 “이번 조치로 인해 가격이 오르거나 거래가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정부의 거래 활성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그러나 “정책의 순서로 보자면 DTI 규제 완화보다는 취득세율 완화를 먼저 선택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DTI보다는 취득세 완화가 효과 면에서도 더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도 “실수요자의 부동산 구매 부담을 다소 줄여줬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정책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DTI 규제 폐지와 취득세 감면 등 얼마 남지 않은 카드 뿐”이라면서 “시장이 더 망가지기 전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은 모두 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진우 기자 voice@edaily.co.kr
문영재 기자 jtopia@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