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멋지게 꾸미기 위한 패션의 이기적인 개념과, 환경을 보호하고 함께 사는 지구를 생각하는 이타적인 개념의 믹스 앤 매치인 것.
다양한 유행 스타일들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패션계는 이제 이 성숙한 마인드의 새로운 트렌드를 맞았다. 바로 '윤리적 패션(Ethical Fashion)'이다.
지난해부터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떠오른 에코백을 통해 친환경 코드는 패션리더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I'm not a Plastic Bag"이라는 슬로건을 넣은 아냐 힌드마치의 에코백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이후 오즈세컨, 베네통을 비롯한 국내 패션브랜드들도 면 캔버스 소재 위에 환경 보호 메시지를 프린트한 토트백을 앞 다퉈 내놓았고, 역시 반응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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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컨셉이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자 패션업계는 내추럴한 면 소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유기농 즉 오가닉 소재로 눈을 돌렸다.
오가닉 식품, 뷰티제품과 마찬가지로 3년 이상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재료를 얻어 제품화한다.
리바이스와 베이직 하우스의 뒤를 이어 오가닉 라인을 런칭하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고, 에코샵이라는 편집매장을 따로 구성한 롯데 백화점에도 꾸준한 반응이 이어지는 중.
소비 스타일에도 친환경 마인드가 스며들었다.
패스트푸드 대신 슬로우 푸드를 선택하듯, 슬로우 패션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는 모습.이는 화학섬유 제조와 의류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줄이기 위해 오래 입고 다시 쓰자는 의미로, 따라서 재활용 패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최근의 재활용 패션은 자선바자회, 벼룩시장 등을 통해 만나는 오랜 옷들과는 다른, 보다 패셔너블한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제품들이다.
길거리 현수막, 낡은 소파가죽, 폐의류 등을 수거하고 세탁해서 전혀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창조하기 때문에, 환경을 생각한다는 의미에 내가 고른 것과 똑같은 제품은 없다는 희소가치가 더해져 까다로운 패션리더들에게도 어필한다.
직접 리폼해서 나만의 옷을 만들어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이러한 재활용 패션으로 개성을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에코 패션리더라면 제품의 생산과정도 윤리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로 페어트레이드, 공정무역의 개념이다.
세계적인 거대기업의 횡포 속에서 어린이들을 비롯한 가난한 생산자가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정당한 댓가도 얻지 못하는 불공정한 거래가 끊이지 않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이다. 일한 만큼 공정하고 윤리적인 대우가 돌아가도록 하자는 뜻.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의 낙후된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정당한 가격으로 들여와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형태로, 커피와 초콜릿, 면소재 의류 등 품목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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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런던 패션위크에서 친환경을 테마로 한 패션쇼가 별도로 구성되고, 영국에서 윤리적 패션을 대상으로 한 'RE:패션 어워즈'가 신설되는 등 세계적으로 친환경,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대되어가는 추세이다.
윤리적 패션은 결국 한시적 유행이 아닌 방향의 전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패션의 선택에 있어서도 이젠 미적인 감각과 함께 지성을 발휘해야할 때다.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m) 대표 및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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