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화제지역)이재오-문국현 `대운하 빅매치`

박성호 기자I 2008.03.24 10:38:01

`대운하 사령관` vs. `대운하 저지 사령관`
최근 여론조사서 문국현, 이재오 15%p차로 따돌려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서울 은평을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텃밭이다. 이 곳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한달 전만해도 그의 당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 지난 2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부터다. 문 후보가 '대운하 저지'를 선거 이슈로 내세우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때문에 이 의원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던 은평을은 18대 총선 최대 격전지이자 관심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평 을)


이 의원은 반독재 민주화 운동으로 10여년간을 감옥에서 지낸 재야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지난 96년 그는 지나온 인생과는 정반대 길을 선택했다. 김문수 현 경기지사와 함께 신한국당에 입당한 것. 
 
당시 여당에 들어간 이 이원은 은평을에서 15대부터 17대까지 거푸 의원 배지를 단다. 특히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캠프의 좌장으로 이명박대통령 만들기의 1등공신이 되었다.

문국현 후보는 성공한 CEO 출신이다. 유한킴벌리 대표이사직을 95년부터 맡아왔다. 유한킴벌리는 일자리나누기 등 독특한 회사문화로 주목받아 왔다. 그는 시민사회에서도 영향력있는 운동가로 활동해 왔으며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17대 대선에서는 창조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137만여표(5.8%)를 얻었다.
 
거물급 정치인이 맞상대하는 이 지역의 최대 이슈는 지역현안이 아니라 대운하다. `대운하 사령관` 이재오와 `대운하 저지 사령관` 문국현이라는 구도가 짜여진 것이다. 
 
현재 대운하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처음에는 불리할 것으로 생각됐던 문 후보가 앞서고 있다. 지난 21일 중앙일보가 은평을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 지지율은 45.2%를 기록, 29.3%에 그친 이 의원을 15.9%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이 의원 측은 당혹스런 모습이 역력하다. 이 의원은 "은평 지역과 대운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2-23일간 이 의원은 은평구 주요 지역을 방문하는 등 지역 일정을 소화하면서 민심 다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와중에 한나라당 내부에서 실세들간의 권력투쟁이 확전 양상을 띄면서 이재오 의원이 역풍을 맞을 지 여부도 큰 변수로 떠올랐다.

반면 문 후보는 최근 지지율 격차가 커진 것에 고무돼 '대운하 반대' 행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2일 문 후보는 여의도에서 열린 '물의 날 기념 거북이걷기대회'에 참여했으며 23일에는 충남 태안에서 개최된 태안 공동체 자매결연 행사에 참석했다.


은평을 선거결과는 향후 정국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국현 후보가 당선되면 대운하 반대여론이 더욱 커져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추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친박의원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이재오 의원은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현재로서는 문 후보가 다소 유리해 보인다. 대운하 반대여론 뿐만 아니라 최근 통합민주당에서 제기되는 후보 단일화 의견도 큰 힘이 된다. 반면 이 의원으로서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대운하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내홍을 겪고 있는 당의 지원도 바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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