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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모터쇼 복도, 외로웠던 현대차 `유니버스`

정재웅 기자I 2007.10.29 11:09:45
[도쿄=이데일리 정재웅기자]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일 다시 하기는 힘들겁니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모터쇼장. 현대차(005380)의 고급 대형버스인 유니버스 발표회장에 서 있던 이현순 현대차 사장 등 임원들은 감개무량해 했다.

유니버스는 3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끝에 세계 최고 수준의 상용차 엔진 3개를 동시에 개발한 현대차가 일본시장에서 처음 공개한 야심작이다.

지난 2004년 9월,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은 크라이슬러와의 합작이 깨지기 한 달 가량을 남겨둔 시점에서 상용차 엔진을 개발하라는 특명을 내렸었다.

수 많은 시행 착오 끝에 엔진개발에 성공하자 정 회장은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며 "이젠 벤츠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 대표브랜드인 현대차가 심혈을 기울여 선보인 작품이 바로 유니버스였다. 하지만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인 도쿄모터쇼에 전시된 유니버스의 모습은 초라하기 이를데 없었다.

우선 유니버스가 전시된 장소는 3개의 커다란 홀로 이뤄진 도쿄모터쇼장의 복도. 상용차 전시장이 따로 있었음에도 불구, 현대차 유니버스는 외로이 사람들이 잘 오가지 않는 복도 한 켠에 덩그라니 놓여있었다.

관람객들도 그다지 유심히 쳐다보지 않는 외진 장소에 놓여있었던 유니버스에서 마치 현재 일본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현대차의 위상을 보는 듯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니버스 전시 부스를 미리 신청했어야 했는데 일정상 조금 늦어지다보니 부스 확보가 여의치 않아 부득이하게 복도에 전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토록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현대차측의 설명과는 달리 유니버스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무언가가 부족해 보였다. 보도발표회장에서도 대부분 현대차 임원진들과 한국 기자들 몇 명만 자리를 지켰을 뿐, 일본 시장 진출을 알리는 축하자리라기 보다는 자축연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5일간의 도쿄 체류기간 중 거리에서 목격한 현대차는 단 4대. 그나마 한 대는 대사관 차량이었다. 일본 현지에서의 현대차는 우리가 중국차를 바라보는 시각과 다를 바 없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일본사람들은 현대차와 중국차를 동일시 한다"며 "현대차는 앞으로 판매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는 2009년부터 일본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현대차는 현재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자랑스러워 하는 유니버스의 경우 유럽보다도 까다롭다는 일본의 배기가스 배출기준도 맞춰둔 상태다. 내부의 각종 옵션도 이미 일본 현지 실정에 맞게 새롭게 단장해뒀다.

실제로 탑승해본 유니버스 내부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만큼 깔끔하고 안락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만큼 브랜드가 중요한 산업도 드물다"면서 "일본시장에서 '현대차=중국차'라는 등식을 깨기 위해서는 현대차의 좀 더 섬세하고 치밀한 브랜드 알리기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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