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시장 전망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지켜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니면 말고’ 식의 보고서로 국내 자본시장을 어지럽히는 해외 투자은행(IB)의 영향력을 줄일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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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가 한 달여 만에 단기 전망이 틀렸다고 인정한 데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실적이 끼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7조 300억원으로,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익이 7조원대를 넘어섰다.
일종의 ‘반성문’인 보고서를 냈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SK하이닉스 주가가 목표주가 반토막 보고서 이후 다시 20만원대로 올라서긴 했으나 그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고 증시가 휘청이는 등 혼란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건스탠리가 2017년과 2021년 이와 비슷한 ‘반도체 흔들기’로 주가 흐름에 악영향을 줬다는 사례까지 조명되며 해외 IB의 질 떨어지는 리포트에 대한 비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해외 투자은행(IB)의 보고서 하나에 국내 증시가 흔들리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최근 국내 증권사 보고서는 천편일률적인 ‘매수 의견’에 신뢰도가 하락한 데다 영문 보고서가 부족해 해외 IB의 영향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증권사의 매수 일색의 보고서 관행부터 바로 잡고, 영문 보고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연구원들이 소신 있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각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신뢰도 높은 보고서가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엇갈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교보증권·유안타증권(18.18%), 유진투자증권(16.67%), NH투자증권(13.04%), 키움증권(10%) 등이 목표가를 상향한 데 반해 한화투자증권(-7.14%), iM증권(-6.45%) 등은 목표가를 낮춰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