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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바그너 그룹의 철수 이후 러시아 내 분위기를 전하면서 한목소리로 “불안한 평온을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러시아군 수뇌부를 겨냥한 무장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로 진격했으나 전날 벨라루스의 중재로 약 36시간 만에 반란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바그너 그룹이 장악했던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는 이날 버스 터미널과 기차역이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으며, 대테러 작전 체제가 선포된 모스크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선 이동 제한 조치도 단계적으로 해제됐다. 모스크바에선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을 향하는 길목은 삼엄한 경비와 함께 여전히 차단돼 있지만 제한적으로 관광이 허용됐다.
바그너 그룹의 진격을 막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하는 길목에 설치됐던 바리케이트는 해체 작업이 완료됐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모스크바 증권거래소, 은행 및 금융기관이 월요일인 27일 평소처럼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가디언은 “러시아 국영방송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없었던 일이었던 것처럼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등 평소 일정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내전을 우려해 모스크바를 떠났던 일부 시민들은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로 떠나자 안도감을 내비쳤다.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는 이리나는 가디언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너무 무서웠다. 재빨리 짐을 챙겨 차를 타고 북부로 떠났다”며 “군대가 철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시민은 “결국 일이 잘 풀렸다. 더이상 걱정하지 않는다”며 이날 공원에서 친구들과 바베큐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안감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통제력의 통제력이 약화했다는 인식 등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현지에서 감지되고 있다. 바그너 그룹이 장악했던 도시인 보로네시의 한 자동차 딜러는 인도 매체 NDTV에 “어제까지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오늘 갑자기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향후 반정부 시위나 내년 3월 17일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WP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자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극단주의 활동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돼 최장 30년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실제로)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에는 아무런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로 떠날 때 일부 시민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러시아 내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이에 일부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내에 혹시 남아있을 반란의 배후를 축출하기 위해 대대적인 숙청에 나서고, 과거 나발니에 했던 것처럼 프리고진에 대해서도 암살을 지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