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비용 증가·엔데믹…제지업계 하반기도 가시밭길

김영환 기자I 2023.05.21 14:16:53

제지업계 전반적 실적 하락세
산업용 전기요금 증가, 펄프 가격 하락 등 변수 다양
영업이익율 10% 기록했던 골판지 제조기업 엔데믹 영향권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골판지 제조사를 제외한 제지업계 전체적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중 택배 수요 증가로 재미를 봤던 골판지 제조업체조차도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특수가 끝나는 추세여서 마냥 낙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쓴 한솔제지(213500)는 지난 1분기에 예년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남겼다. 한솔제지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7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8.4%나 감소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무림그룹은 그나마 선방했다. 무림페이퍼(009200)는 1분기 영업이익이 49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무림P&P(009580)도 1분기 영업이익 143억원을 거두며 전년동기대비 314.3% 늘어났다.

지난해 제지업계는 환율 효과로 호실적을 이뤘다. 올해 1분기에는 그 효과가 줄어든 데다 펄프 등 주요 원자재가 인상,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급감한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해 12.5% 인상된 산업용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되면서 원가 부담은 더 높아졌다. 펄프 가격 변동도 주요 이슈다. 지난해 말 t당 103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펄프 가격은 지난 4월 기준 770달러로 떨어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펄프를 생산하는 무림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나마 골판지 제조업체들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였지만 역시 전반적인 매출이 후퇴했다. 아세아제지(002310)는 2022년 1분기 2508억원에서 올 1분기 2240억원으로 268억원 매출이 감소했고 신대양제지(016590)(1611억→1586억), 삼보판지(023600)(1404억→1324억)도 사정은 비슷했다.

다만 삼보판지는 1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2.2%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신대양제지 10.2%, 아세아제지 9.6% 등 골판지 제조기업들이 10% 안팎의 높은 이익률을 나타냈다. 펄프를 생산하는 무림P&P가 7.0% 영업이익률로 그 뒤를 이었다.

골판지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에 필수 포장재로 활용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비대면 상거래가 활발해진 덕에 몸집을 키워왔다. 여기에 중국이 환경규제로 인해 폐지 수입을 규제하면서 국내 폐지 가격이 떨어졌던 반사효과도 누려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에 맞춰 택배 물량 감소의 영향권 안에 들었다. 경기마저 악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최근 들어 골판지 재고가 많이 쌓이는 상황이다. 한 때 금판지로 불리던 골판지 수요는 쉽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감소로 제지업계 전반의 물량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종이를 만드는데 쓰이는 에너지 비용까지 커지면서 녹록치 않은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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