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담배 등 빼돌려 10배 폭리…담배회사 직원 가담한 일당 검거

김보영 기자I 2017.05.21 12:24:32

수출용 면세담배 15만갑·해외담배 74만갑 국내 빼돌린 혐의
KT&G 사원·보세창고 운영자·조폭 등 가담, 조직적 범행
밀수담배 첫 구입가 비해 10배 비싼 가격에 되팔아 폭리
"KT&G에 관리강화 주문·관세청에 감시시스템 개발 요청"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인천국제공항 보세창고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해외 저가담배 ‘아시마’(ASHIMA) 박스들과 밀수담배 운반차량 등. (사진=서울청 광역수사대)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수출용 국산 면세담배와 해외 저가담배 수십만갑을 밀반입해 되파는 방식으로 원가의 10배 가량의 폭리를 챙긴 수출대행회사 사장과 담배회사 직원, 공항 보세창고 운영자 등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관세법·담배사업법 위반으로 총책인 수출대행업자 김모(56)씨와 전(前) KT&G 영업사원 김모(40)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보세사 김모(43)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한국담배인삼공사(KT&G)가 베트남에 이미 수출한 ‘에쎄 블랙’과 ‘에쎄 라이트’ 등 시가 7억원 상당의 면세담배 총 15만갑을 중국을 거쳐 국내로 밀수입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건강에 유해해 수입이 금지된 인도와 중국의 저가 담배 ‘오또’(OTTO)와 ‘아시마’(ASHIMA) 등 총 72만갑(시가 21억원 상당)을 제3국에 수출하는 것처럼 속여 인천국제공항 인근 보세창고에 보관했다가 국내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총책 김씨는 범행을 위해 KT&G 영업사원 2명과 보세창고 운영자, 보세사, 조직 폭력배, 불법 판매상 등을 매수해 끌어들였다.

총책 김씨는 수출대행회사를 운영하며 수출한 면세 담배를 국내로 들이는 역할을 맡았다. KT&G 사원들은 담배 판매와 관련한 정보를 김씨에게 주는 등 불법유통 과정에 관여했다.

총책 김씨는 수출용 면세담배를 역(逆) 밀수입하기 위해 속칭 ‘박스갈이’ 수법을 썼다. 담배를 화장품 용기 등 다른 박스에 포장해서 마치 다른 상품인 것처럼 둔갑시키는 수법이다. 김씨는 베트남에서 들여온 면세담배를 중국에 밀수입한 뒤 이를 중국산 화장품 컨테이너에 옮겨 넣어 국내로 빼돌렸다.

해외 저가담배들은 국내를 거쳐 제3국에 수출하는 중계무역 대상 물품이라고 속였다. 이들은 담배를 인천공항 보세창고에 보관하고서 이를 의류 및 화장품으로 다시 바꿔치기 하는 수법을 썼다.

이는 김씨가 보세창고 운영자 함모(53)씨와 보세창고를 관리·감시하는 보세사 김모(43)씨를 범행에 가담시켰기에 가능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함씨는 김씨 일당에게 매달 수백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담배를 보세창고에 보관할 수 있게 도왔다. 보세사 김씨도 이들 일당이 담배를 빼돌리는 과정을 알고도 묵인했다.

이렇게 밀수입된 담배는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나 수입품 판매시장에서 시중 담배보다 1000~2000원 정도 저렴한 한갑 당 2800~3200원에 판매됐다. 김씨가 가담시킨 조직폭력배와 불법 판매상들이 시중 영업점에 이를 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씨 조직은 밀수입한 담배를 처음 구입가격에 비해 10배 가까운 가격에 팔아넘겨 10배 정도의 차익을 챙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밀수담배 약 22만갑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세창고를 임대해 밀수입에 이용하는 수법의 범행이 적발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KT&G에 면세용 담배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관세청에는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 및 담배 생산·유통·판매 과정의 감시 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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