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에 빠진 증권가..檢 철퇴 '날벼락'

박형수 기자I 2015.10.23 09:16:51

증권범죄합수단, 외국계 자산운용사 임원 등 11명 구속기소
돈벌이 눈먼 부도덕한 금융전문직에 의한 구조적 비리 범죄
금융투자업계 실적 성과우선주의에 규정 준수 뒷전

[이데일리 송이라 성세희 기자]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현직 임직원이 시세조종 세력과 손잡고 주가조작에 끼어들었다가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당국은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비슷한 형태의 범죄가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선 자본시장 분야 전문가의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와 내부 감시시스템 부재에 따른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옛 골드만삭스자산운용(현 골드만삭스투자자문)의 전 주식운용 상무 김모(47)씨와 다이와증권 전 이사 한모(44)씨 등 주가조작 세력 11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2011년 10월 무렵 증권업계 브로커 안모(43)씨로부터 동양피엔에프 주식을 사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낸 다른 증권사 펀드매니저에게 부탁해 동양피엔에프 주식 15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검찰 조사결과 김씨는 안씨로부터 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씨는 다이와증권에서 일하던 2010년 8월 주가조작 세력으로부터 1억원을 받고 티플랙스 주식 12만주를 처분하도록 알선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수억대 연봉을 받는 외국계 자산운용사 임원과 증권사 직원이 돈을 받고 블록딜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자 파장이 크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폐쇄적이고 전문적인 금융 직역 내부의 구조적 비리”라며 “금융기관 임직원의 불법금품 수수 관행 등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자본시장 건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서는 업계 특성상 단기간 큰돈을 버는 사례를 자주 접하면서 ‘한탕주의’·‘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진 탓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대방이 블록딜을 통해 얼마 벌었는지 알고 있는데 수익 중 일부를 ‘수고했다’며 주는 데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직종에 비해 외부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영업 위주의 경영체제에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부서가 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점도 금융사 내부 직원이 연루된 금융범죄가 일어나는 배경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건에서 문제가 된 상장사 주식은 시가총액이 크지 않고, 하루 평균 거래량도 많지 않아 블록딜 거래가 이뤄지기 쉽지 않았다. 증권사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주가 변동성이 큰 상장사에 대해선 거래 자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사 내부에선 영업 차원에서 필요한 거래라고 요청하면 컴플라이언스 부서나 리스크 관리팀에서 거래를 승인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내부통제가 철저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는 얘기다.

김재룡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컴플라이언스 책임자는 대다수 부서장 또는 본부장급”이라며 “이상 거래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경영진에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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