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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처벌이 과태료 200만원?" 솜방망이 처벌에 두번 울다

조용석 기자I 2015.03.08 13:44:46

회계사무소 대표 집안서 여직원 성추행 과태료 200만원
제주공항서 여직원 성희롱 가해자는 벌금 100만원 그쳐
인권위 접수 성희롱 상담 중 60%는 그대로 묻혀
전문가들 “조직문화 개선하고 법적 처벌 강화해야”

[이데일리 이지현 조용석 전재욱 기자] 지난해 4월 제주공항을 이용하던 A씨는 교통 안내도우미 B씨의 가슴에 부착된 명찰을 붙잡고 가슴부위를 눌렀다. B씨가 A씨의 무단횡단을 지적하고 불친절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과 16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이마저도 형량이 과하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법원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3년 서울의 한 회계사무소 대표 C씨는 매트리스를 갖다 주기 위해 자신의 집을 방문한 여자직원 D씨에게 입맞춤을 하고 가슴을 만지는 등의 강제추행을 했다. D씨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지만 C씨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과태료 200만원을 내는데 그쳤다.

성추행·희롱 피해 여성들이 두 번 울고 있다. 대다수의 여성은 성추행 사실을 공론화하기 두려워한다. 용기를 내 고발해도 가해 남성들은 벌금형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피해 여성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성희롱 사건 60% 이상은 ‘쉬쉬’..성추행 처벌은 ‘솜방망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따르면 2013년 성희롱 상담은 764건이었으나 이중 진정접수로 이어진 것은 3분의1 수준인 241건에 불과했다. 성희롱 사건의 60% 이상은 외부에 알려지지조차 않은 채 묻히고 있는 셈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성희롱 사건을 접수해 조사할 경우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한 피해자가 심리적 부담을 느껴 많은 사례가 진정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추행에 대한 법적처벌 역시 미지근하다. 강제추행(성추행)은 형법 29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성추행 사건의 경우 많아야 수백만 원대 벌금형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8월 경기도의 한 마사지 전문점에서에서는 안마를 받던 E씨가 전문 마사지사의 팔을 주무르고 가슴을 만지려고 하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벌금 400만원을 내는 데 그쳤다.

◇ 전문가들 “조직문화 개선하고 법적 처벌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회사 내 성희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피해자를 공감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또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동료들이 이를 도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가해자에 대한 온정적인 시선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내규나 보호조치 등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성희롱 예방교육도 형식적이 아닌 구성원들이 적극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추행 범죄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기계적으로 형이 무겁다 가볍다를 따지긴 어렵지만 여성인권 보호를 위해 무겁게 처벌할 필요는 있다”며 “형을 강화한 판결이 쌓여야 성추행 범죄가 근절되고 남성들이 성범죄를 관대하게 보는 경향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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