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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12월16일자 이데일리신문 37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가수로서 누구보다 재능이 뛰어난 한별, 그렇지만 소심한 성격과 0.1톤이 넘는 몸무게 탓에 외모 경쟁력은 한창 밑바닥에 있다. 게다가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그는 무명가수가 아니라 유령가수가 되어 남의 노래를 불러야 했다. 결국 전신성형 수술과 인고의 다이어트를 감행한 한별은 초절정미녀로 거듭난다. 게다가 제니라는 예명의 가수로 정식 데뷔해 스타덤에 오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한별인지 제니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2006년 12월 개봉한 김용화 감독의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662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됐다. 이에 힘입어 영화는 2008년 12월 동명의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원작이 일본 만화였던 것을 감안하면 영화와 뮤지컬까지 `원소스 멀티유즈`의 전형을 이룬 셈이다. 그만큼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이 검증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덕분에 8만 관객을 모으며 대형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초연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2년여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임철형 연출의 `미녀는 괴로워`는 초연에 비해 한층 코믹한 분위기가 강조됐고 뮤지컬 넘버들을 7곡 더해 사운드가 풍성해졌다. 비교적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었던 무대 역시 펑키하고 동화적으로 달라졌다.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대부분의 무비컬이 그러하듯 스토리는 영화의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한별과 남자 주인공 한상준과의 러브라인이 보다 달달해지고 한별의 환골탈태를 돕는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의 캐릭터를 한층 부각시켜 웃음을 키웠다.
OST에 삽입돼 가요 차트까지 올랐던 `마리아`와 `별` `뷰티풀 걸` 등의 노래는 `미녀는 괴로워`가 뮤지컬로 바뀌는 과정에서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만큼 뮤지컬 무대에서도 세 노래가 가지는 폭발력은 여전하다. 무대의 빈곳을 채우는 조명의 테크닉도 뛰어나다. 물론 군데군데 어설픈 장면 전환 등은 보완돼야 할 문제다.
초연에 이어 바다가 한별 역을 맡아 뮤지컬 배우로서의 재능을 마음껏 펼친다. 카라의 박규리가 한별 역으로 뮤지컬 도전장을 낸 것도 화제다. 이외에 전혜선이 한별 역을 맡았고 오만석과 이종혁이 한상준 역에 캐스팅됐다. 이공학 역에는 이병준·김태균·임형준 등이 합류해 웃음을 책임진다.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내년 2월5일까지. 02-3485-8700.
사진=김정욱 기자 98luk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