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떠나자]①태백

스포츠월드 기자I 2006.08.11 12:10:00
[스포츠월드 제공] 잔인한 계절이 지나갔다. 강원도는 사상 유래없는 ‘물폭탄’을 맞고 삶터가 폐허가 됐다. 응급복구 작업을 통해 어느 정도 복구는 됐지만 수재민의 시름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들의 아픔과 함께 하는 일은 ‘강원도로 여행 가는 일’이다. 여행은 강원도민들의 가장 큰 경제적 버팀목이기 때문. 휴가철에만 반짝할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찾아가야 한다. 이에 스포츠월드는 6회에 걸쳐 수해를 이겨 내고 다시 ‘관광 강원’으로 일어서는 현장을 취재한다.

백두대간 큰줄기와 낙동정맥이 만나는 삼수령 아래. 코발트빛 파란 하늘이 내려앉은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이 모처럼 환하게 빛났다. 긴긴 장마를 이겨내고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난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해바라기는 3주 전에 만개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달 넘게 지속된 장마에 기온이 낮게 형성되면서 이제서야 꽃을 틔운 것이다.

꽃만 늦게 핀 것이 아니다. 1차 파종한 해바라기밭 2만평의 군데군데에는 기계충 먹은 것처럼 음푹음푹 패여 있다.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다. 더러는 쓰러졌던 몸을 다시 곧추 세우느라 활처럼 휘어져 있다. 해바라기가 쓰러진 현장에는 안타까운 팻말이 서 있다.

‘죄송합니다. 지난 장마에 자식보다 더 소중한 녀석들이 쓰러졌습니다. 더 섬세하게 관리했어야 하는데 주인장의 실수를 용서해 주십시오.’

지난 해 처음 이곳에서 열린 태백 해바라기 축제는 꽤나 인기를 끌었다. 2주 동안 3만여명이 다녀갔다.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영화 ‘해바라기(1970)’에서 보았던, 수십만평에 달하는 샛노란 해바라기밭을 꿈꿨던 이들은 가슴에 노란 꽃을 품고 돌아갔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만 못하다. 햇볕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한 해바라기들은 꽃도 피기 전에 잎이 누렇게 말라버렸다.

고원자생식물원 김남표 대표는 그나마 이만한 게 다행이라고 말한다.

“올해는 파종 시기를 1·2차로 나눴습니다. 1차 파종한 것은 이번 주가 절정이고, 2차 파종한 3만평은 다음 주에 만개합니다. 2차 파종은 수해를 덜 입어 계곡을 노랗게 물들일 겁니다.”

고원자생식물원에는 해바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물원의 규모는 12만평. 해바라기를 필두로 500여종의 자생식물을 심어놨다. 여타의 식물원과 다른 것은 해발 700∼1000m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모아 심어놨다는 것. 특별히 구역을 나눠 집중 파종한 것이 아니라 태백의 고원지대에 피어나듯이 자연스럽게 식재했다.

이 가운데 많은 꽃들은 여름이 제철이다. 식물원 입구의 왼쪽 산사면에는 벌개미취가 만발했다. 숲그늘이 좋은 산책로에는 참나리가 홀로 피어났다. 노란 원추리꽃은 이제 한 생을 마감하려 하고 있다.

“꽃은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많은 이들의 눈길이 모아지면 해바라기는 더 큰 얼굴로 활짝 웃을 겁니다.”

태백에서 고원자생식물원과 함께 ‘한 세트’로 찾는 게 검용소다. 무더워도 그늘만 찾아들면 서늘한 태백에서도 검용소만큼 시원한 곳이 없다. 한강의 발원지로 익히 알려진 이곳은 냉골 가운데서도 냉골이다.

주차장에서 검용소까지는 1.3㎞. 느긋한 걸음으로 15분쯤 걸린다. 제아무리 부드러운 길이라도 한여름에 길을 나서면 등판에 땀이 흐르기 마련. 그러나 검용소는 다르다. 걸으면 걸을수록, 검용소에 가까워질수록 서늘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이것은 땅속에서 흐르던 물이 검용소에서 솟아나면서 만든 냉기 탓이다. 검용소의 물은 섭씨 9도로 사계절 일정하다. 여름철에는 20도 이상의 기온차가 난다.


평균 기온이 9도로 맑고 시린 물이 쏟아져 나오는 한강의 발원지 검용소.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의 산책로를 따라 가면 만나는 천인국 군락지에서 엄마와 아이가 꽃을 감상하고 있다(사진 위).와 벌개미취 군락.



검용소에서 세차게 흘러나온 물에 발을 담그면 참을성이 많은 이도 10초 이상을 견디기 어렵다.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 검용소 만큼 피서지로 제격인 곳은 이 땅에 없다.

●태백 여행 정보

가는길

강원도 태백으로 가는 길은 다행히 수해를 입지 않았다.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이용, 제천IC로 나와 38번 국도를 따라 가면 영월 지나 태백이다. 강원랜드는 정선 사북읍에서 2㎞ 거리. 태백시로 들어서기 전 좌회전해서 35번 국도를 따라 3㎞ 가면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이다. 직진해서 삼수령을 넘어 8㎞쯤 가다 좌회전, 6㎞ 더 가면 검용소 주차장이다.

태백 화방재에서 만항재를 넘어 정선 고한읍으로 가는 길은 피서 드라이브로 이름이 높다. 만항재(1313m)는 우리나라 고개 가운데 가장 높은 곳으로, 평지에 비해 기온이 6∼7도 낮다. 숲그늘만 들어서면 시원하다. 고갯마루에 벤치 등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먹을거리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에는 해바라기씨를 이용한 먹을거리를 판매한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해바라기산야초비빔밥(사진). 강원랜드 호텔 주방장이 일주일에 거쳐 비법을 전수(?)한 이 비빔밥은 더덕·당귀·곰취·멍이·메밀 새싹에 진짜 바가지에 담아주는 밥이 나온다. 여기에 해바라기기름을 넣고 비비면 달콤쌉싸롬한 비빔밥이 완성된다. 15년 묵은 된장으로 끓여낸 장국도 시원하다. 7000원.

고한읍은 탄광 경기가 좋을 때부터 고기가 유명했다. 낙원식당(033-591-2510)은 얼리지 않은 한우를 부위별로 내놓는다.

잠잘곳

강원랜드(033-590-7700)에는 다양한 타입의 객실이 있다. 성수기 일반룸은 2인 기준 주중 21만7800원, 주말 24만2000원이다. 동반 1인당 3만6000원이 추가된다. 화방재에서 만항재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장산콘도(033-378-5550)은 최근에 개장한 별장식 콘도다. 객실은 15개가 있으며 성수기 기준 원룸 6만원, 13평형 8만원, 17평형 9만원이다. 태백산 당골광장에는 오토캠핑장을 비롯해 숙박시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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