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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사람 손길' 명품 된다…편의와 바꾼 '사고 외주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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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I 2026.09.28 0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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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임일 연세대 AI미래혁신센터장(경영학과 교수)
"AI 의존한 교육, 인지능력 퇴화시켜 국가적 대응 필요"
"독자AI 반드시 필요…피지컬AI, 바텀업 접근해야 승산"

임일 연세대 AI미래혁신센터장(경영학과 교수)이 지난 21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임일 연세대 AI미래혁신센터장(경영학과 교수)이 지난 21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AI 발전 속도가 많이 가속화됐습니다. 예견된 수순입니다. 가속하는 AI 시대에 맞춰 노동 가치의 재편, 교육 현장의 인지 능력 퇴화에 대응하는 국가적 제도 정비가 시급합니다.”

임일 연세대 AI미래혁신센터장 겸 AI혁신연구원 부원장(경영학과 교수)은 지난 21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AI 기술 발전의 지형 변화와 이에 따른 노동 시장, 교육 현장의 과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연세대 AI미래혁신센터를 이끌며 연구와 인재 양성을 총괄하고 있는 임 교수는 급변하는 AI 산업 전반을 진단하고, 노동 시장의 재편과 교육 현장의 ‘인지 부채’ 문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소버린 AI)의 필요성,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산업 전망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임 교수는 최근 미국 빅테크 CEO들을 중심으로 AI 개발 속도 조절론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이 조절에 동의하지 않는 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업들은 개발을 멈출 수 없다”며 “CEO들이 속도 조절을 말하는 배경에는 당위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천문학적인 투자 속도를 늦춰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기술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AI로 인한 노동 시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향후 노동의 개념과 가치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것이 임 교수의 진단이다. 사무직은 물론 개발자,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 영역까지 AI가 빠르게 침투하면서 하위 직급 및 수습 인력의 일자리 대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산업혁명 때 공장 자동화로 육체 근로자들이 밀려났던 상황과 비슷하다”며 “기계가 만든 것보다 품질이 꼭 뛰어나지 않더라도 그 뒤에 담긴 사람의 손길과 서사 때문에 핸드메이드 제품을 서너 배 가격에 사는 것처럼, 비싸고 느리더라도 사람이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치를 갖는 ‘진정성의 경제’가 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람이 직접 육성으로 안내하거나 만든 서비스에 프리미엄이 붙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노동 대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진통에 대해선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본인들이 AI를 쓰면서도 일자리를 앗아가는 AI에 대해 반감이 커지는 역설이 나타나듯, 향후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사회적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인력을 유지하되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월급을 유지하는 등의 사회적 제도 정비와 공공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진정성 경제 도래 속 노동 재편…교육 현장 ‘인지 부채’ 경고”

임 교수는 노동 시장의 재편과 함께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인지 부채(Cognitive Debt)’ 문제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인지 부채는 금전적 부채처럼 당장 AI를 활용해 편의를 누리는 대신, 스스로 고민하고 사고하는 과정을 건너뜀으로써 향후 치러야 할 인지적 능력의 손실과 역량 퇴화라는 대가를 의미한다.

임일 연세대 AI미래혁신센터장(경영학과 교수)이 지난 21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임일 연세대 AI미래혁신센터장(경영학과 교수)이 지난 21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그는 “AI를 쓰면 편하지만, 그로 인해 생각을 안 하게 되면서 인지 능력이 계속 퇴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령 AI로 연구 주제나 발표 자료를 써서 아주 멋있게 작성하지만, 정작 조금만 깊이 질문하거나 비틀면 대답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판결문을 직접 읽어서 인지 역량을 쌓는 것과, 요약본만 읽어 본문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에선 역량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 활용 측면에서 교육 현장이 ‘업무 현장’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사람은 빠른 길이 있으면 절대로 어려운 길을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중에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기본 인지 역량은 갖춰져 있어야 한다”며 “미국 초등학교에서 계산기 사용을 제한하거나 카이스트에서 ‘AI 프리’ 과목을 두듯, 저학년 단계에서는 AI 사용을 최소화하고 의무적으로 인지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부 차원의 선제적인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임 교수는 아울러 국내 AI 산업 발전을 위한 독자적 역량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IT업계를 중심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소버린 AI)’ 구축 정책에 대해서는 국가적 인프라 차원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업계 일각에서 해외 첨단 모델과의 격차나 예산 효율성을 이유로 ‘오픈소스나 기존 모델을 활용하면 된다’는 회의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독파모는 일종의 인프라다. 한두 기업이 위험을 무릅쓰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전국 광통신망 구축 당시 ‘전화기나 보급하라’는 반대를 무릅쓰고 투자를 감행해 IT 강국의 초석을 다진 사례를 들며 “격차가 있더라도 계속 따라가지 않고 손을 놓으면 완전히 주변국으로 밀려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방어할 독자 모델…‘국가 인프라’로 접근해야”

임 교수는 올해 ‘미국 정부의 미토스 통제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데이터 안보 측면을 핵심 이유로 들었다. 그는 “잘 쓰다가 해외에서 갑자기 통제가 들어가면 국가 시스템 전체가 마비된다. 우리가 자체 모델을 가져야 함부로 통제하지 못하는 협상 카드가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 API를 활용할 경우 프롬프트나 백엔드 데이터가 간접적으로 추출돼 국방 등 민감 정보가 유출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일 연세대 AI미래혁신센터장(경영학과 교수)이 지난 21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임일 연세대 AI미래혁신센터장(경영학과 교수)이 지난 21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한국의 독자 AI(LLM, 거대언어모델) 기술력에 대해서는 “프랑스(미스트랄)와 함께 공동 3위권, 글로벌 2.5등 쯤 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산업 현장이나 로컬 B2B 영역에 적용하기에는 한국형 모델로도 충분히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정부가 글로벌 1강을 목표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피지컬 AI’ 분야와 관련해선 ‘제조업 현장 중심의 실용적 접근’을 주문했다. 배관공이나 가정환경 같은 ‘비통제 환경’을 대체하는 휴머노이드는 학습 데이터 부족으로 대체가 가장 느린 분야지만, 통제된 공장 환경에 적용하는 ‘제조업 피지컬 AI’는 승산이 크다는 것이 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공장은 복잡하더라도 통제된 환경이어서 데이터를 이미 많이 수집해 두었고 수집할 수 있지만, 배관 작업처럼 통제되지 않은 자연이나 가정환경은 상황과 재질이 다 달라 데이터가 코드화되어 있지 않다”며 “결국 AI는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 범위 내에서만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가 없는 비통제 영역은 학습과 대체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텍스트나 코드 기반의 LLM은 인터넷상에 이미 막대한 양의 정형화된 데이터가 쌓여 있어 기하급수적인 발달이 가능했지만, 물리적 실물 환경 데이터는 3차원 공간감, 촉각, 힘의 조절, 시공간적 변수 등이 데이터화(코드화)돼 있지 않다”며 “AI가 이를 학습하고 물리 법칙을 완벽히 이해해 현장에서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시뮬레이션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조 현장 ‘바텀업 피지컬 AI’ 승산…한미 제휴로 시장 선점”

임 교수는 공장의 경우 통제된 환경이므로 피지컬 AI 적용의 승산이 높다고 보았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가 강조하는 피지컬 AI가 전 영역을 아우르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라면, 한국은 각 제조 라인부터 적용해 데이터를 쌓아가는 바텀업(Bottom-up) 전략을 취해야 한다”며 “다양한 제조업 기반과 공장 데이터를 가진 나라는 한국과 중국 정도에 불과하므로 시간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이 해외 전시회 등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시연에 대해선 현재의 기술 시연과 실제 상용화 단계의 차이를 냉정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시연으로 보여준 동작들은 모두 사전 학습이 가능한 영역이지만, 실제 현장 투입 시 오작동률을 0.01% 수준까지 줄이기까지는 까다로운 학습 과정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조 현장의 AI가 굳이 두 발로 뛰어다니는 휴머노이드 형태일 필요는 없으며 상체나 관절 기술 정도만 적용돼도 충분하다”며 “제조 원가가 싸고 기술이 앞선 중국산 휴머노이드는 안보나 지정학적 이유로 많은 국가에서 사용을 꺼릴 수 있으므로, 한국이 미국 등과 두뇌(소프트웨어) 기술을 제휴해 신뢰성 있는 시장을 확보해 나간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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