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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재 기획예산처와 보건복지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세청 등 8개 중앙부처가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았으나 이 중 교섭 절차를 개시한 곳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부처에서 행정지원직, 시설관리직 등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공무직 근로자 3000명은 기획처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예산을 짜는 기획처가 실질적으로 임금 인상률과 수당 등을 결정하고 있다는 이유다. 돌봄 노동자들은 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교육부·국가보훈부에, 생활폐기물업체 노동자들은 기후부를 상대로 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부처는 모두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국세청 역시 노동부 산하 자문기구인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 판단을 통해 콜센터 직원에 대해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는 결정을 받았지만, 아직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고 있다. 통상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원청은 7일간 사업장 게시판 등에 공고를 해야 하는데, 단체교섭위의 판단은 ‘자문’ 성격인 만큼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중앙부처가 스스로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배경에는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결정 과정을 ‘예산 집행’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영향이 크다. 공공행정의 경우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예산의 집행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산하기관에 대해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지도·감독 등에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예산이 편성된 이후에는 산하공공기관 등이 재량으로 총액인건비 등을 운영하기 때문에 정부가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예외적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되려면 법령에 없는 예산 집행 과정이거나 중앙 부처가 구체적으로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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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지침 때문에 공공행정이 노란봉투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 부처는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와 노정협의체 등 형태로 협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협의체 구성만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고 보긴 어렵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화성·전주시가 스스로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고 있는 것과도 대조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중앙부처가 지자체보다 오히려 보수적인 상황”이라며 “노정협의와 원·하청 교섭의 차이는 ‘책임의 문제’인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다양한 사건 사례가 축적되는 것과 맞물려 공공부문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지침 등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의 책임을 어디까지 할 것이냐에 대해 법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노동부는 아직 법 시행 초기인 만큼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CU 사태’로 불거진 화물연대 사례를 보면 개별 사업자도 노란봉투법에 따라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민간에는 느슨한 기준을 부여하면서 (중앙 부처 등) 공공부문은 교섭을 피한다는 게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원·하청 교섭이 시작되면 노동쟁의 범위까지도 문제가 될 텐데, 공공 부문의 사용자성에 대해서도 사회적 대화나 경사노위 논의 등을 통해 손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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