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피하자"…글로벌 선사들, 中자본과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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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영 기자I 2025.08.31 16:16:23

美입항 수수료 부과 앞두고, 해운사 금융갈아타기
中금융 대거 유입됐던 해운업, 유럽·미국은행 관심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그리스 해운사인 ‘오케아니스 에코 탱커스’(OET)는 최근 비중국계 은행에서 1억9500만달러를 대출 받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미국의 중국 선박 제재를 앞두고 3척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에 대한 중국 금융기관과의 매매 및 리스백 계약을 대체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오는 10월 14일부터 중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중국 자본에 의지해온 글로벌 선사(해운사)들이 다른 국적의 금융사로 자본 구조 전환(리파이낸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약 한 달 반 후부터 미국 항구에 들어오는 중국산 선박이나 해운사는 입항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FILE PHOTO: A drone view shows shipping containers from China at the Port of Los Angeles, in San Pedro, California, U.S., May 1, 2025. REUTERS/Mike Blake/File Photo
◇중국 자본에 기대온 해운사들, 발등에 불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시장의 금융 규모는 약 6000억달러로, 이 중 중국 금융은 15% 규모인 1000억 달러에 달한다.

대형 컨테이너선 등은 워낙 덩치가 크고 자금이 많이 들다 보니, 해운사들은 일반적으로 ‘세일즈 앤 리스백’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는데 중국 자본이 선박의 최대주주인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세일즈 앤 리스백’은 금융기관의 자금을 끌여들여 선박 소유주로 만들고, 해운사가 이를 통째로 임대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해운사로서는 그만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금융사는 임대료 등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중국의 해운시장 비중이 커지자 미국 정부는 중국 선박과 선사 등을 대상으로 입항료를 부과하기로 해 해운사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5월 입항 수수료 부과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10월14일부터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는 1톤(t)당 50달러,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 자체에는 t당 18달러의 수수료(이후 33달러로 인상)를 각각 부과한다.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는 처음 t당 50달러로 시작하지만, 매년 연차별로 인상하기 때문에 해운사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내년 4월부터 2년간은 1t당 140달러로 인상한다. 2만t급 소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항구 한번 방문당 약 100만달러에서 280만달러, 대형 유조선은 500만달러에서 1400만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 약 10만t의 VLCC는 초기 비용은 500만달러지만, 1400만달러로 증가한다.

FT는 “이번 입항 수수료 제재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해운사로선 한번 입항으로 수백만 달러의 수수료를 피하려면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자금 출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파이낸싱에 성공한 OET의 이라클리스 스바루니스 재무이사도 “회사의 자본구조가 개선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선박 금융회사인 캐벌리어 시핑의 제임스 라이트본 회장은 “일부 선주들이 예정된 만기일 이전에 중국 리스 금융을 재융자하기로 속속 결정했다”면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규칙에 명시된 수수료가 선박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금융위기 때 中자본 대거 유입

중국 자본의 해운 선박시장 유입이 급증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구 금융사가 대거 빠져 나가면서다. 유럽과 미국 은행들이 손해를 보고 빠져 나가자, 중국 금융사들은 대량 선박 구매에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과 미국 은행들이 다시 해운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선박 금융가인 디미트리 바실라코씨는 FT에 “최근 해운업의 수익성이 향상되기 시작하면서 사업자들이 더 나은 금융조건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유럽은행과 같은 전통적 금융기관들이 최근 이 시장에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 해운사의 임원도 FT에 “(유럽은행들의 관심으로) 생각보다 빨리 리파이낸싱이 진행돼 중국 선박 리스사와 한 임대 계약 여러 건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임원은 “컨테이너 해운사와 에너지 대기업을 포함한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 운영사 중 일부가 중국과 관련한 임대 계약을 종료하기 위해 리파이낸싱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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