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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한국기원이 주최한 바둑 대국의 전자기보를 이용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해당 경기를 별도로 중계하고 해설 영상을 올렸다. A씨는 한국기원이 온라인 바둑서비스 플랫폼에 유료로 제공한 전자기보 파일을 내려받아 활용했다.
이에 한국기원은 “A씨가 한국기원의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대국이나 기보를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는 ‘성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바둑 경기의 본질적인 부분은 참가자들이 번갈아 바둑돌을 두는 행위”라며 “대국의 경제적 가치나 명성이 대회 주최를 위한 한국기원의 투자나 노력에 의한 것으로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국 결과를 기록한 기보에도 한국기원의 명성이나 투자 및 노력이 직접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2심은 한국기원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지만 1심과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한국기원이 오랜 기간 각종 대회를 주최해 획득한 명성은 이 사건 대국의 고객 흡인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며 대국을 한국기원의 성과로 인정했다. 그러나 “이 사건 대국의 기보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특히 “기보는 대국 내용을 정해진 방법으로 기록한 과거의 사실적 정보”라고 정의하며 “역사적 과거의 사실이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성과’로 보호된다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보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이를 통한 2차 창작이나 활용을 허용함으로써 바둑 관련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