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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2019년까지 B농협 조합장으로 근무한 A씨는 조합장으로 있으면서 지위를 이용해 여성 부하직원을 2019년 2~7월 6회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A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021년 8월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B농협은 2022년 1월 총회 의결을 거쳐 A씨를 제명했다. 조합 정관에서 정한 제명 사유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A씨는 제명 의결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제명이 정당하다며 B농협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A씨 제명이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조합장이던 원고 A씨가 그 지위를 이용해 여러 차례 여직원을 추행한 것이 피고 B조합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는 비위행위에 해당함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피고 B조합에 대한 명예실추행위’는 피고 조합의 정관에 규정된 조합원 제명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 B조합의 설립 목적, 피고 조합이 수행하는 사업의 종류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제명결의에서 제명사유로 삼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정관에 규정된 ‘신용’도 피고 조합의 경제적 신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제명결의가 적법한 제명사유 없이 이뤄진 것이라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B조합은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를 제명사유로 정했을 뿐 이를 ‘경제적 신용’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며 “원고 A씨가 대상 행위를 함으로써 피고 B조합의 신용을 잃게 했다면, 피고의 경제적 신용 하락 여부와 관계없이 제명사유가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원 제명과 같은 피고의 내부 운영은 이 사건 정관 및 다수결에 따른 자치가 보장돼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량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럼에도 이 사건 제명결의를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제명사유의 객관적 의미에 대한 해석,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