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드 파더'에 양육비 강제방안 절실

이영민 기자I 2024.01.07 15:55:10

대법원 배드파더스 대표 유죄 확정
위장전입·버티기로 양육비 나몰라라
"채무자 처벌 강화해 아동 보호해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지난 4일 대법원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온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씨에게 유죄 판결을 확정하면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법원은 양육비를 안 준 부모여도 신상을 공개하는 건 ‘사적 제재’에 해당한다고 했지만 아동의 ‘생존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채무자 신상정보를 지금보다 더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2018년 구씨가 배드파더스 홈페이지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자의 얼굴 사진과 이름, 출생연도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공론화됐다. 이와 관련해 ‘사적 제재’ 논란이 생기자 정부는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양육자가 여성가족부에 요청할 경우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 공개와 운전면허 정지, 출국 금지,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실제 여가부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지난달 14일까지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해 명단공개(72명), 출국금지(492명), 운전면허 정지요청(461명) 등 제재조치했다. 이중 121명만이 양육비 채무액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했다. 이로 인해 여가부의 제재 조치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재 조치는 법원의 ‘감치 명령’을 전제한다. 감치 명령을 받아 제재를 요청해도 운전면허 정지기간 동안 운전을 안 하거나 무면허 운전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위장전입 후 법원의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재판을 미루거나 기각시키는 이들도 생기는 등 허점도 있다.

한부모단체들은 “오죽하면 신상 공개에 매달리겠냐”며 보다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수년간 호소하는 상황이다. 사법부는 양육비를 개인의 문제로 돌렸지만 아동의 생존권이 달린 사안인 만큼 공적 영역에서 양육비 지급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발의된 관련 법안 9건은 모두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러는 사이 오늘도 여러 아동이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라도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

‘배드파더스(Bad Fathers)’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구본창씨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된 4일 오전 서울 대법원에서 구 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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