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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역 칼부림' 범인,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뒤집어쓴 이유

박지혜 기자I 2023.08.04 09:56:1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른바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모방 범죄 가능성에 대해 “수법은 얼마든지 모방할 수 있다. 충분히 어떤 동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정보, 트리거가 될 수 있는데 전적으로 신림역 사건을 모방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신림역 사건은 개인적인 취약성이 영향을 많이 줘서 피해자가 모두 남성이었다”며 “그런데 (분당 서현역 사건) 양상을 보면 그야말로 무차별적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널리 보면 모방 범죄이지만 이 사람의 정신 상태는 신림역 사건 피의자와 동일하다고 얘기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현역 사건 피의자 최모(22) 씨는 자신에게 대인기피증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고, 이후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았는데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조현병이 아니기 때문에 형사 책임을 판단하는 단계에선 책임 능력이 있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분석했다.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최모(22) 씨 (사진=SNS)
이 교수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치밀하게 최단거리 동선을 선택하면서 다수의 인명 살상을 일으키는 계획범죄를 저지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최 씨는 지난 2일 대형 마트에서 흉기 2점을 구매하는 등 범행을 준비한 뒤 이튿날 모친 소유의 모닝 차량을 끌고 범행 장소인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 인도로 돌진했다. 보행자를 들이받고 차량이 더는 움직이지 않자 차에서 내려 백화점 안으로 향해 시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이 교수는 “흉기도 사전에 미리 준비했고, 더군다나 목격자들에 따르면 도주를 하면서도 흉기를 휘둘렀다는데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은 현장에 흉기를 떨어뜨리고 가는 경우들이 다수 존재한다. 아니면 본인이 직접 끝까지 갖고 있다가 현장에서 검거된다”며 “그런데 (최 씨는) 도주하는 와중에 화분 뒤에다가 흉기를 은닉했다는 목격 진술이 있어서 확인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에 붙잡힌 최 씨가 범행 동기에 대해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갑자기 꾸며낸 거짓말 아닌지 의심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최 씨가 범행 당시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고 티셔츠에 달린 모자까지 뒤집어쓴 점에 대해 “분열성 성격장애와 연관성 있는 특성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분열성 성격장애는 사회적으로 전혀 어울릴 수 없다. 굉장히 은둔해 아주 비밀리에 자기 세상에 갇혀 지내는 사람일 개연성이 높다. 그런 사람들은 화려한 옷이나 자신을 드러내는 옷들을 입지 않는다”며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 봐 (최 씨가) 변장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의자 최 씨가 이용한 차량 (사진=연합뉴스)
고교 자퇴 후 집에 있거나 아르바이트 등을 하던 최 씨는 최근 모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최 씨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다가 최근 본가로 들어왔다고 한다.

최 씨의 범행으로 총 14명이 부상했다. 흉기난동 피해자 9명, 차 사고 피해자 5명이다. 이 가운데 12명은 중상, 2명은 경상이다. 중상자 중 2명은 중태다.

한편, 이 교수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데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살인예비죄를 적용하는 등 아주 엄격한 형법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흉기 사진을 올리는 등 구체적인 글은 살인을 예비하는 거니까 제도적인 차원에서 사법제도가 위화력을 가져가야 한다”며 “그런 글을 그냥 내팽개쳐 놓는 것은 위험을 방치하는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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