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방안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이 나왔다. 이 방안이 실제로 도입했을 경우 과세실효성보다는 위헌 및 행정소송 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한상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일 한국조세연구원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보고서를 통해 5가지 과세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기획재정부와 사전에 조율을 거친 것으로 이달 말 발표할 세법개정안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과세대상을 일감을 몰아 받은 계열사의 지분을 3~5% 이상 소유한 기업의 오너 일가(배우자 및 친족 포함)로 정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한 경우를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있다.
◇ 주식가치 증가에 과세?
우선 일감을 몰아 받은 기업의 주식가치가 상승했을 것이란 점에 착안해 매년 주식가치 상승분을 평가해 증여세로 과세하는 방안이다. 사업연도 말의 시가총액 차이(주식 상승분)에 30% 초과 거래비율과 주식보유비율을 곱해 계산하게 된다.
편법 증여에 대해 철저하게 과세할 수 있지만 주식가치 상승이 일감 몰아주기에 의해서 나타난 것인지 그 외의 요인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주식가격이 하락하면 세금환급 요구도 생길 수 있다.
◇ 영업이익에 과세?
또 다른 방안은 일감을 몰아 받은 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가정해 과세하는 방안이다. 기업 오너일가에 세후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주식가치 증가분과 같은 방식으로 과세한다. 주식등락과 관계없이 정해진 영업이익에 과세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의 영업이익과 기업 오너일가(주주)의 증여이익간 상관관계가 낮다는 게 문제다.
계산된 과세금액을 기업 오너일가가 배당을 받았다고 간주해 45%로 할증과세하는 방식도 있다. 영업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이미 냈는데도 주주가 다시 배당소득세를 내야 해 이중과세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법인세를 공제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실제 배당액이 없는데도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법인세 더 내라?
일감을 몰아 받은 기업에 법인세를 더 부과하는 방안도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배당가능액이 감소해 소액주주들의 이익까지 침해하게 된다. 일감을 몰아 받은 기업에 법인세 30%를 추가 과세하거나 일감을 몰아준 기업에 거래비용(재화·용역비)을 손금불산입(비용불인정)하는 방법이다.
◇ 벌금 매기나요?
이날 제시된 5가지 방안은 극복이 쉽지않은 단점들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식가치 상승분이나 영업이익 상승분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실제 증가한 이익보다 더 낼 가능성이 높아 조세반발은 물론 위헌소지 가능성도 안고 있다.
영업이익에 배당소득세를 과세하는 방안 역시 배당을 받지 않았는데도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일감을 몰아받은 기업에 법인세를 더 내는 방법 역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예상돼 불가능하다.
정부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세금은 단순히 자기가 번 이익이나 증가한 자산만큼 내면 되는 것인데 문제는 그 이익이나 자산이 얼마인지 계산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