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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수익 김재은 기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000720)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현대그룹과 채권단간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문제도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실적이 좋아져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재무개선약정 체결을 거부하자 지난 7월 신규대출 중단 등 공동 제재 조치를 취했고, 지난 9월 법원은 약정 체결을 거부한 현대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공동제재는 위법이라며 현대그룹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상황이다. 하지만 당시 법원의 결정은 `공동 제재`에 대한 판단에 국한된 것이고, 약정 체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현대그룹 재무약정은 또다시 업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 금융비용 고려 땐 은행권 협조 필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현대건설 우선협상자대상자 선정 이후 처음으로 나선 공식석상에서 "현대상선의 실적이 올해 좋아졌기 때문에 (재무개선약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의 말씀 그대로를 이해해 달라"며 "채권단에서 재무약정 체결과 관련한 움직임이 아직 없기 때문에 향후 구체화하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막대한 차입을 동원한 현대그룹 입장에서 재무약정은 피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의 차입금 만기를 맞는다. 그룹의 연간 EBITDA 수준의 막대한 빚을 어떻게 차환발행하느냐가 관건이다. 먼저 현대건설 인수용으로 발행한 기업어음(CP) 5800억원은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만기가 도래한다. 여기에 9월말 기준 현대상선(011200)이 연말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은 5600억원으로 총 1조원이상의 리볼빙 압박에 놓였다.
현대그룹 계열사 실적이 좋다면 차입금을 일부 상환할 수도 있겠지만 9월말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017800)터는 영업익의 절반을 이자비용으로 내고 있어 그리 녹록치 않다. 결국 CP 등을 차환발행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중장기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 그러나 차입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크레딧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건설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발행된 현대상선 회사채에 대해 `인수가능성이 없다(채권금리 하락)`에 베팅했다. 때문에 현대그룹이 회사채 시장을 통해 본격적인 자금 조달에 나설 경우 재무적 리스크에 상응해 금리는 크게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은 건 그나마 은행권 대출인데, 재무약정 체결을 둘러싸고 은행권과 소송까지 불사했던 터라 분위기가 호의적이지 않다. 결국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의 성공 여부는 연말을 무사히 넘기느냐가 1차 관건으로 관측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 주력계열사들의 올해 실적이 좋아진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차입규모를 감안하면 리스크도 더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재무약정 체결을 거부할 경우 최소한 개별금융기관을 통한 신규여신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채권단-현대, 윈-윈 해법 찾아야
현대그룹 재무개선약정의 또다른 변수는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소속이 아니면서 현대그룹 채권단인 은행이다. 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주주협의회 소속 금융기관은 건설 지분 매각으로 막대한 차익을 누릴 수 있지만, 산업은행의 경우 건설 인수비용 증가에 따른 리스크만 지게 되는 셈이다.
현대그룹 채권단은 법원의 판결 당시에도 반발하며 불복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현대건설 매각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하에 본입찰 이후로 미룬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시 법원의 판결을 재무약정 체결 자체를 거부해도 되는 것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며 "향후 진행될 현대건설 본계약 체결 일정과 별개로 재무약정 체결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약정 체결을 위한 평가가 진행될 경우 2009년 결산회계를 기준으로 올해 실적 증가분과 현대건설 인수자금 조달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별도의 평가는 필요하지 않고, 2009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새롭게 반영된 부분을 추가하면 된다"며 "리스크가 커진 채권단과 건설 인수금융을 진행해야하는 현대그룹 입장에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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