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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경은 처음에 그리스 조각상을 모각(模刻)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작가는 1995년 대영박물관에서 그리스 조각을 보면서 그것이 마치 비누같이 느껴졌다고 한다. 작가는 "그때 대리석 조각이 비누처럼 보인 것은 내가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 시각이 나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서구인이었다면 조각상이 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올해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비누 조각상을 야외에 노출시켜 풍화 작용을 확인하도록 했다. 마치 대리석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풍화하듯, 짧은 전시 기간에 일어나는 풍화 작용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Translation》전(展)은 제목처럼 작가가 비누라는 소재를 통해 해석해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2m가 넘는 그리스 조각상부터 달항아리, 중국 도자기 등이 나온다. 그리스 조각상은 원래 칠해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색깔을 상상으로 그려 넣었다. 도자기 작품은 비누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해 보인다. 전시는 12월 19일까지 열린다.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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