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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인터뷰에서 ‘녹음을 마칠 때쯤이면 베토벤의 얼굴이 보일 것 같다’고 했다.
“그랬나. 여전히 끝은 안 보인다. 정상인 것 같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보이고…. 빠르고 드라마틱한 악장에서 폭풍처럼 몰아치는 것이 베토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느린 악장에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며 손사래를 치는 연약한 작곡가의 모습이 보인다.”
―프로코피예프와 쇼팽, 베토벤까지 한 작곡가의 피아노 주요 곡을 전부 녹음하며 연주해왔기 때문에 ‘전작(全作)주의자’로도 불린다.
“평생 한 사람만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인생이 힘들다. 단 한 명의 작곡가를 그리더라도 몸소 부딪치고 느끼면서 절망과 환희의 순간을 경험해야 한다. 베토벤만큼 집중적으로 농도 짙게 피부로 느끼고 표현해야 하는 작곡가도 드문 것 같다.”
―다음달 7일간 모두 8차례에 걸쳐 쉼 없이 베토벤의 소나타 32곡을 모두 연주한다. 심지어 12월 9일(일요일)에는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에 걸쳐 리사이틀을 연다. 1주일간의 ‘베토벤 집중 체험’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물다.
“내가 직접 제안했다. 탐험가가 미지의 세계를 다 보고 싶어하고, 등산가가 히말라야 산맥을 등정하고 싶어하는 것과 같다.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전체를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보다 2~3주 앞서 중국 광저우에서도 베토벤 소나타 연주회가 열린다.
“광저우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뒤, 중국 현지 음악계에서 요청이 많았다. 이달 16일부터 2주에 걸친 일정이다.”
―베토벤 32곡 연주회의 순서는 어떻게 짰는가.
“초기작을 처음에, 후기작을 나중에 연주하는 큰 맥락에는 변함 없다. 첫 날에는 초기에 썼지만 이후에 발표된 소나타 19·20번과 소나타 1·3·5번을 함께 연주하고, 마지막 날에는 최후의 소나타인 30·31·32번을 연주한다. 그 사이에는 ‘비창’ ‘고별’ ‘열정’ ‘월광’ ‘발트슈타인’ ‘함머클라비어’처럼 표제나 별칭이 붙어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곡을 선정했다.”
―다음 등정은 어디인지 벌써부터 궁금해한다.
“기다려보자. 아직 베토벤도 다 넘지 못했는데….”
▶12월 8~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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