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전설리기자] 최근 국내 인터넷업계에 이상기류가 감돌고 있다.
대기업들이 속속 인터넷 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굴지의 해외업체들까지 한국 인터넷업체에 눈독을 들이면서 잦은 인수합병(M&A)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업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 인터넷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두업체들이 더욱 막강해지면서 업계 판도를 뒤집기 위해서는 M&A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인식도 그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이상기류 `감지`..주가 `출렁`
최근 코스닥 인터넷 종목들은 시장에 흘러들어온 M&A설로 주가가 출렁였다.
지난 14일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035420)은 구글, 야후 등 해외 굴지의 인터넷 기업들로부터 투자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장중 8%이상 치솟았다.
NHN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M&A 가능성을 엿본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주가는 3% 가까이 상승한 수준에서 마감했다.
불과 며칠뒤인 18일 또 다른 인터넷 포털 엠파스를 운영하는 지식발전소(066270)의 주가는 증권사 리포트가 M&A 타깃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가는 회사측이 "현재 M&A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사항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되밀려 전일보다 5.86% 오른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국내 인터넷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물밑 작업중이며 연말까지 적당한 파트너를 선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진입 시기를 타진하던 국내 대기업들도 막강한 자금력으로 수익성이 검증된 국내 인터넷 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은 라이코스와 싸이월드를 차례로 인수해 네이트닷컴을 성장 반열에 올려놨으며 CJ(001040)그룹도 플레너스(037150)를 인수해 종합엔터테인먼트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마지막 단추를 채웠다. KT(030200)도 종전에 꾸려왔던 여러 인터넷 사업을 접고 내달 17일 `파란`이라는 새로운 사이트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KT는 시장 확대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하고 M&A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대기업-`차세대 성장동력`, 해외업체-`저평가` 매력
그렇다면 대기업과 굴지의 해외업체들이 국내 인터넷 사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업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 인터넷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LG증권의 이왕상 애널리스트는 "대기업들이 신성장 엔진을 찾기 위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비지니스 영위를 위한 안정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 사업에 비하면 기존 비지니스 모델은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어 "온라인 유통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컨텐츠는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유통할 온라인 유통 채널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인터넷 사업 진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MS 등 해외업체들이 국내 인터넷 사업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조금 다른 차원이다. 인터넷 사업이 신성장산업으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지만 국내 인터넷 업체들이 수익성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이다.
자국 금융시장에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그에 따른 벨류에이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해외업체들이 벨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해 성장 동력을 찾다가 잘나가는 해외업체를 인수하는 손쉬운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해외 업체들은 수익이 똑같더라도 국내업체의 80~100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실제로 네이버와 다음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 수준인데 비해 야후는 100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 국내 인터넷 산업의 경쟁 구도도 잦은 M&A설이 흘러나오게 된 배경이다.
`2강2중2약` 구도로 편성돼 있는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 선두업체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더욱 막강해지고 있는 것.
특히 현재 국내 인터넷산업에서 검색은 네이버, 카페와 메일은 다음, 경매는 옥션 등 특정 서비스 1위 업체가 확고 부동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교보증권의 김창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상위포털 사이트 시장 지위가 향상되고 있는 가운데 앞서 있는 기업들의 판도를 뒤짚기 위해서는 M&A 밖에 없다는 인식이 잦은 M&A설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M&A 기대감, 아직은 `시기상조`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나돌고 있는 M&A설과 관련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영진의 노하우 등 인적자산이 중요한 인터넷 업종의 특성상 M&A에 대한 기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
한화증권은 "인터넷 기업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유형의 자산이 아닌, 경영권과 같은 인적 자산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대적 M&A를 통한 인수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의 김 애널리스트도 "인터넷 사업은 제조업과 달리 설비보다는 인재의 역할이 훨씬 중요한데 적대적으로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사업을 이끌어왔던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면 소용이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외 진출시 투자 유치 또는 전략적 제휴 관계는 얼마든지 성립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증권은 "인터넷업체들이 해외진출 등을 위해 장기적으로 사업 제휴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한 지분 참여 방식의 제안은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